‘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대중적인 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향 독일을 비롯 이탈리아, 영국 등에서 활동하면서 대규모 연주회와 오페라 공연을 무대에 올렸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덕분에 음악으로 돈을 번 최초의 음악가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헨델이 어떤 작곡가보다도 많은 오라토리오(종교음악)를 작곡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평생 30여 편의 오라토리오를 썼고, 교회와 관련된 작품이 16편이다. 그 중에서 15곡은 창세기부터 신약성경까지 성경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대작에 가려진 헨델의 오라토리오 를 다룬 「헨델의 성경이야기-오라토리오와 구약성경」(심설당/372쪽/3만원)이 최근 발간됐다.
저자인 허영한(요셉)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학과 교수는 “너무 멀게 느껴졌던 구약성경의 세계를 부분적이나마 헨델의 멋진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집필에 용기를 줬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이 책은 ‘우연’이 이어져 맺어진 결실이다. 허 교수는 3년 전 안식년을 보내면서 성경통독을 결심했다. 평소에는 읽을 생각조차 못했다던 저자 자신도 무슨 영문인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헨델의 작품을 뒤적였다. 이 역시 우연이었다. 의외로 많은 오라토리오 작품은 물론 성경을 토대로 한 작품 목록을 보면서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나 성경을 읽고 있었기에 그 작품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성경에 의거한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통해서 들으니 감동적이었어요. 성경을 읽다보면 스쳐 지나가는 내용들도 오라토리오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어요.”
책은 총 6부로 구성됐다. 1부는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전 지식을 모아놓았다. 2부부터는 15편의 오라토리오를 소개하고 있다. 작곡 순서가 아니라 구약성경에 따라 구성돼 있으며, 영어가사와 한글 번역, 감상 포인트까지 서술돼 있다. 거기에 감상용 음반과 관련된 미술작품들까지 수록해 한 권의 책으로 성경을 읽고, 보고, 들을 수 있다. 독자들에게는 어려운 성경도, 생소한 오라토리오도 친숙해질 수 있는 좋은 통로가 생긴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성경에, 성경을 즐겨 읽는 분들은 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해요. 저자로서 독자들에게 ‘팁’(tip)을 드리자면, 오라토리오를 처음 만든 성 필리포 네리처럼 책 읽기 전에 음악부터 들어보면 아름다운 음악과 성경에 빠져들게 될 거예요.”
허 교수에게 「헨델의 성경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는 헨델의 음악을 통해서 성경 지식도 초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성적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아 자꾸 종교음악을 연구하고 싶어진다고 했다.
“아내 말에 따르면 헨델의 성경 오라토리오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래요. 하느님 말씀을 전달하는 종교음악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 음악들의 가사를 하나하나 느끼면서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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