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원시교회와 사도들의 활동
(3) 묵시록
③ 위압적 메시지
묵시록의 마지막 장에서 우리는 구세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화급한 말씀을 읽게 된다. 그분은 독자에게 묵시록에 수록되어 있는 사건들이 미리 일어날 것임을 상기시키면서 『이 말씀은 확실하고 참된 말씀이다. 예언자들에게 영감을 주시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종들에게 곧 이루어져야 할 일들을 보여주기려고 당신의 천사를 보내셨다』(22,6)라고 하신다.
또한 『그 때가 가까이 왔으니 이 책에 기록된 예언의 말씀을 봉하지 말아라』(22,10)라고도 하셨다.
그리고 『자, 내가 곧 가겠다. 나는 너희 각 사람에게 자기 행적대로 갚아 주기 위해서 상을 가지고 가겠다』(22, 12)라고도 하시며 거듭 강조하여 또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렇다. 내가 곧 가겠다』(22,20)
그러므로 윤리적 긴박성이 묵시록의 주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환난이 모든 이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인간은 진리를 따라 살 때 올바로 살아가며 구원을 받는다. 이승에서 안전한 항구를 찾는 일과 저승에서 구원을 얻는 방법은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묵시 3,10~11)
④ 희망의 책
비록 묵시록이 위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묵시록은 희망의 책이기도 하다. 특히 환난을 당하는 이들과 어린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봉헌된 자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있다.
우선 이들의 모범이신 주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인류 구원을 위해 비참한 죽임을 당하셨기 때문이다. 하늘 나라의 노래를 들어보자.
『당신은 두루마리를 받으실 자격이 있습니다. 당신은 죽임을 당하셨고 당신의 피로 값을 치러… 사람들을 구해내셔서 하느님께 바치셨습니다』(5,9)
그리고 묵시록에는 상징적으로 이마에 도장을 받은 하느님의 종들 14만 4000명과 옥죄와 어린양 앞에 서 있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흰 두루마기를 입고 손에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는데 모두 큰 환난을 겪어낸 자들이다. 이들은 신앙을 위해 피를 흘린 순교자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마에 어린양과 아버지의 이름이 적혀 잇는 14만 4000명은 『여자들과 더불어 몸을 더럽힌 적이 없는 사람들이며 숫총각들』(14, 4)로서 옥좌 앞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들은 아마도 주님을 위해 독신과 동정을 지킨 자들일 것이다.
⑤ 상징의 책
묵시록은 무엇보다도 상징의 책이다. 역사적인 사건들과 윤리적인 개념들 그리고 미래에 다가올 일들이 모두 구약성서의 전통이나 근동 신화의 영향을 받은 생생한 은유와 상징들로 표현되어 있다.
예를 들면, 백마를 타고 오시는 영광스러운 왕이신 예수님(묵시 19,11-16)은 쇠지팡이로 모든 나라를 다스리시리라는 표현이 나온다(시편 2,9 참조). 메시아 시대의 도래가 이런 상징적인 표현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하늘, 천둥, 번개, 우주의 대혼란, 짐승, 돌, 여러 색깔과 3, 3년 반, 7, 12, 666, 14만 4000 등 숫자도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⑥ 묵시록에서 드러나는 대조
묵시록을 이해하기 위한 다른 열쇠는 비교와 대조이다. 예를 들면 이 책의 여러 곳에 등장하는 사탄의 능력 또는 군대는 언제나 하느님과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으며 이 세상이 마치 가공할 원수인 사탄이 하느님께 대항하여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기고 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가 내림하셔서 1000몀 간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신다는 기록도 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천년왕국설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대조는 두 가지 다른 삶의 양식이다. 즉 두 개의 다른 집단이 서로 상반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창녀로 묘사되는 집단은 영적으로, 사악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로서 악령에 지배를 받아 속임수에 빠져 살아가는 삶의 형태이다. 이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사악한 정치 권력과 결탁되어 있어 이 세상의 온갖 부귀 영화를 다 누리나 종국에는 멸망하고 만다. 또 다른 집단은 어린양을 추종하는 사람들로서 그들은 상징적으로 그리스도의 순결한 신부(新婦)로 불리고 있다.
또 다른 대조는 온 세상을 악으로 몰아가며 부패한 체제를 만드어 내는 대바빌론과 하느님의 왕국을 상징하는 새 예루살렘이다. 대바빌론은 온갖 악행으로 가득 차 있으나 새 예루살렘은 온갖 좋은 것과 완적으로 충만한 도시로서 그곳은 미래에 하느님의 왕국이 통치할 사령부처럼 묘사되고 있다.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는 영신수련에서 바빌론 진지와 예루살렘 진지에 대한 묵상을 안내하면서 바빌론은 사탄의 진지이며 예루살렘은 그리스도의 진지로 제시한다.
또한 묵시록은 이야기로 넘쳐흐르는 책이다. 이것 또한 묵시록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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