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유동에 사는 김선화(가명·스텔라·31)씨. 작년 초에 결혼해 임신한지 40주. 출산 예정일이 1주일 남았다. 태아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 자신의 몸상태도 아주 좋은 편이다. 조금 늦게 결혼해 가진 아이가 너무나 소중하다. 그런 그녀에게 최근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아이 낳는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너무 아파 죽는 줄 알았어』『애 놓고 나니까 내 아름다운 몸매가 엉망이 됐어』『제왕절개 하니까 몸매도 유지되고 고통도 업고 아주 편하게 출산했어』주위 사람들, 특히 먼저 아이를 낳은 친구들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그렇게 아프면 나도 제왕절개 할까?」「애써 가꾼 몸매가 망가진다는데…」이런 생각들 때문에 마음이 혼란스러워 잠을 설친다.
출판의 신비
「출산(出産): 아기를 낳음」. 국어사전에 나오는 출산의 정이(定義)다. 그러나 「아기를 낳는다」이 말 속에는 무한한 하느님의 은총과 신비가 담겨져 있다. 『우리 모습에 따라, 우리와 닮은 사람을 만들자』라는 창세기 1장 26절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생명」은 선물이다. 이 선물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피조물과 어떤 부분을 공유하게 된다(「생명의 복음 」34항).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남자와 여자가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특별히 참여한다』고 말함으로써 자녀를 가진다는 것이 매우 인간적이고 충만한 종교적 의미를 가진 사건임을 지적했다.
제왕절개술 상승과 원인
최근 우리 사회에 떠오르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가 제왕절개술률의 증가다. 이는 산과(産科)에선 가장 깁노적인 수술 중 하나로 통하는 제왕절개술이 남용되고 있다는 말이다. 원래 제왕절개술은 산모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을 받아 도저히 자연분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이용하는 수술이다. 우리나라 제왕절개술률의 추이(98년 의료보험관리공단 조사)를 보면 85년 6%, 90년 13.3%, 95년 21.3%, 98년 36.1%로 나타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한 제왕절개술률은 10%. 우리나라 제왕절개술률은 WHO 권고율의 3.5배가 넘는다. 일본은 15%, 영국은 16%, 미국 20% 등 세계 각국과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의 제왕절개술률이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국내 제왕절개술률이 높아지는 원인은 무엇인가. 서울대 의과대 산부인과 학교실·의료관리학교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반복 제왕절개술」. 이는 첫째 아이도 제왕절개했을 경우, 둘째 아이도 제왕절개하는 경우가 전체 제왕절개술률의 절반에 가깝다. 두번째가 아두골반 불균형(거대아)과 난산 때문이었다. 올 초 SBS 신녀특집으로 방영된 「생명의 신비」제작팀이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도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처음부터 병원의 권유로」라고 답한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이밖에도 고령 산모나 산모나 보호자가 원한 경우도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사주팔자에 좋다고 일시를 정해 출산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점
인류 역사 이래 상당한 기간동안 자연분만이 출산방법의 전형(典型)이었다. 많은 산모들은 죽음을 무릅쓰면서 기껏해야 산파의 원시적인 도움을 받는 정도에서 이 고통을 이겨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적지않은 산모들이 산고(産苦)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미용문제 등으로 자연분만을 회피하고 있다.
성서에는 원죄의 대가로 「남자에겐 땀흘려 일할 노동과 함께 여자에겐 산고의 고통」(창세기 3,16~17)을 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과학기술은 이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고통을 겪지 않은 인간이 과연 참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나고 있는 아이들은 대리모나 시험관 아기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인간에게 가장 신비하고 존엄한 출산의 순간부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지 못한 채 끌려 나오고 있다. 고통을 줄인다는 이유로 야기될 수 있는 기술의 인간지배, 상업화를 경고하는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
인간생명과 관련한 교회 가르침중 제왕절개에 대한 가르침은 찾아 보기가 힘들다. 그만큼 교회의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진다. 교회내 윤리신학자들은 『교회는 궁극적으로 제왕절개술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의료기술이 남용돼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부산가톨릭대학원 원장 안명옥 신부(윤리신학자)는 『몸매 유지나 의사의 암묵적 유혹, 산고를 피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제왕절개를 하면 이는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전반에 걸쳐 팽배해 있는 「어렵고 힘든 것을 피해 쉬운 것을 선택하는 경향」부터 없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신부는 또 『이렇게 애정이 결힙된 상태에서 태어난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인성적인 결함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이는 곧 사회문제의 근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어떠한 사회적 과학적 유용성도 그것이 치료 목적이 아닌 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출산이 인간 삶의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과정, 또 하느님의 신비스런 은총의 하나로 인식되기 보다는 무의식 중에 출산이 마치 질병처럼 이해되고 있지 않는지 반성해 봐야 할것이다. 대구가톨릭병원 산과전문의 한치동(디모테오) 박사는 『하느님께서는 여성에게 출산의 아픔을 주셨지만 인내할 수 잇는 정도의 고통을 주며 외상으로 인한 골반뼈의 변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여성은 누구나 순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개선방안
먼저 가나강좌 등 혼인교육시 자연분만의 장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시켜야 한다. 또 제왕절대의 문제점도 동시에 교육하고 이에 대한 교회 가르침이 무엇인지 제시해줘야 한다. 또 의료인들은 인간적 출산을 거스르는 기술로부터 산모들을 보호하며 책임있는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미국을 비롯 여러 선진국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증가하는 제왕절개술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제왕절개술 시술의 적응증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즉 제왕절개술 시행의 적정성(appropriateness)뿐 아니라 한 의료기관 전체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인 장치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산모들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 단순한 인간적인 욕심이나 두려움으로 인해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역행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좁은 산도(産導)를 통과해 나온 숨가쁜 아기와 산고를 이겨낸 어머니와 첫 대면의 기쁨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선사한 환희의 절정이기 때문이다.
■ 자연분만의 이점
1. 산모의 회복이 빠르고 입원일수가 짧아 아기와의 관계가 빠르다.
2. 경제적 비용이 적게 들며 조기에 활동할 수 있다.
3. 분만시 출혈이 적으며 분만 후 생식기가 원상 회복될 때까지의 기간 중 감염이 훨씬 드물어 건강에 이롭다.
4. 수술마취로 인한 위험도나 수술중 혹은 수술 후 산후 합병증이 거의 없다.
5. 산도를 통과하면서 아기의 폐가 자극이 되어 아기가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비율이 제왕절개보다 훨씬 낮다.
■ 자연분만의 형태
1. 자연분만법=보통 일반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 산모가 분만대라는 침대에 누워서 분만받침대 위에 양쪽 다리를 들어올려 90〬 정도로 벌리며 손잡이를 잡고 하복부에 힘을 주는 방법
2. 좌식분만법=좌식분만대라는 의자에 앉아서 출산. 일본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산모와 의사의 눈높이가 같아 의사소통이 용이하고 분만의 진행이 더욱 순조로워진다. 그리고 아기가 나오는 방향과 지구 중력이 작용하는 방향이 같아 보다 쉽게 아기가 나올 수 있다. 전동식으로 작동대는 분만대가 현재 개발중이다.
3. 수중분만법=태아가 뱃속에 있을 때 양수 속에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얼마간 타당성이 있는 출산법. 그러나 단지 실험적으로 실시되었던 것일 뿐 그리 믿을만한 방법은 아니다. 수중분만은 소독된 따뜻한 물속에서 이루어지며 회음절개나 약물 투여 등의 처치가 이러우지지 않는 분만이지만 물이 완전히 소독되기 어렵고 산모의 출혈을 조절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태아가 물을 먹어 질식할 우려가 있다.
◆ 전문가 의견 - 한치동(의학박사·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분만 후유증·의료사고에 대한 부담도 한몫
『하느님께선 출산의 고통을 인내하면 사랑스런 아기의 탄생과 더불어 우리 가족에게 출산 후의 기쁨과 행복감을 함께 주십니다』
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한치동(디모테오) 박사는 『출산을 통해 엄마로서의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며 『출산의 고통은 진정 참고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박사는 제왕절개술율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아파트 생활에 따흔 산모의 운동부족, 식생활의 변화, 안락한 삶에 대한 욕구 등이 그 원인』이라며 『진통과 분만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없애고 남편과 부모의 인식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박사는 또 『의사들은 제왕절개수술을 환자측에서 요구할 경우, 자연분만을 고집하다가 혹시 분만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나 후유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의 불이익을 걱정해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산모들의 불안과 걱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할 수 있는 의사를 정해두고 적극적으로 상담을 하며, 어머니나 선배언니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병원에서 실시하는 임산모교실을 통해 교육을 받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자신감잇는 출산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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