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인 나흘째 아침엔 단체로 요르단 북쪽에 있는 팔레스틴 난민촌의 학교를 방문하였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통해서 막연히 느끼던 것보다는 현장에서의 신각성이 더하였다. 20세기 중반 이후, 수차례의 중동 전쟁으로 말미암아 요르단으로의 1, 2차에 걸친 팔레스틴 난민의 대거 유입이 있었고, 이후 이들이 정착하여 주로 국경 지역이나 암만 시내의 외곽에서 집단촌을 이루며 거주한다.
현재 요르단 내에는 192개의 학교에서 14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교사와 교실이 부족한 탓에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받는다. 교사의 지위보장 미비 등 교육환경은 물론, 물자공급이나 식수 등 생활여건 역시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 뜻깊은 현장방문에는 이스라엘 청년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전날 저녁, 암만 시내에서의 한 아랍 청년의 이스라엘 대사관 관저 총격사건으로 인해 신변의 위협을 느낀 때문이었다. 불과 이틀 전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흥겹게 노래부르며 그렇게도 화해와 협력을 다짐했건만…. 이상과 현실 사이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초롱한 눈망울의 난민촌 아이들이 「웰컴, 웰컴」하며 줄곧 우리 뒤를 쫓아 다녔다. 이 장난기 어린 순진한 아이들이 자라서 그들 민족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배우고 나면, 그때면 여기에도 화해의 날이 올 수 있는 걸까, 아니면 또다른 증오의 씨를 뿌리게 될까-.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그 나라의 박물관을, 현재를 보려거든 그나라의 뒷골목을, 미래를 보려거든 그 나라의 청소년을 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돌아오는 길에 착잡한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줄곧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경건하고도 조촐한 폐회식을 끝으로, 새 천년엔 우리 모두가 세상을 위한 주역들이 되자면서 서로에게 다짐하고 격려하며 아쉬운 나흘간의 일정을 마쳤다.
청년대회가 끝나는 날 저녁에, 본회의에 참석하는 우리 일행들과 만날 수 있었다. 가족처럼 너무나 반가웠다. 두 분의 문화관광부직원들을 제외하곤 모두 각 종단의 대표자들이었다. 다시 만난 기쁨을 접고 곧바로 다음날부터 열리는 회의 준비에 들어갔다.
회의는 종교인들의 모임답게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진지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매일 오전에 주제발표가 있고, 오후에는 그 주제에 따라 다시 위원회 별로 나뉘어져 분과별 토론에 들어간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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