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작가 최영심(1946~)은 한국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로마에서 프레스코화를 전공하였다. 그후 오스트리이ㅏ의 슐리어바흐 시토 수도원 유리화 공방에서 유리화의 제작과 설치에 관한 공부를 했다. 지금도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며 오스트리아와 우리 나라의 여러 성당에 유리화와 십자가의 길을 제작해오고 있다. 그는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제작하며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대상을 단순하고도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유럽의 성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유리화와 비교할 때 그의 작품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소경의 눈을 뜨게 해 주시는 예수」역시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예수께서는 길을 가시다가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소경을 만나셨다…. 예수께서는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은 내가 세상의 빛이다고 하셨다…. 예수께서는 땅에 침을 뱉아 흙을 개어서 소경의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 연못에 가서 씻어라고 말씀하셨다. 소경은 가서 얼굴을 씻고 눈이 밝아져서 돌아 왔다』(요한 9,1~12참조).
예수님의 복음 전도 여행에는 제자들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작품에서 중심인물인 예수님과 소경만을 표현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성서의 주제에 곧장 다가가게 한다. 한없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예수께서는 한 손으로 소경을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는 소경의 눈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예수님의 몸은 고통받는 사람과 한 몸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예수께서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극진히 사랑했으며 그들은 자신과 동일하게 여기셨다(마태 25,31~46 참조). 예수님의 이 같은 사랑은 어둠 속에 사로잡혀 살던 한 소경을 구원의 길로 인도할 수 있었다. 땅에서 이루어지는 사랑과 구원의 현장에는 하늘로부터 은총의 햇갈이 쏟아지고 있다.
예수께서 소경의 눈을 치유해 준 기적은 2000년 전에 한 개인에게 일어났던 사건만이 아니다. 소경은 바로 우리 생활 속에서 고통받으며 살아 가는 모든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삶에 대한 희망이 사라리조 세상이 온통 어둡게 보일 때 우리의 처지는 소경의 상황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오시어 빛과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분이 계시니 그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께서는 이 기적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 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우리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해 주시는 예수님의 기적 말씀을 다가오는 4월 2일 사순 제4주일의 복음에서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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