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말씀은 양적으로 보아 매우 짧지만 신학적으로는 매우 의미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전반부에는 예수께서 광야에서 유혹 받으시는 이야기가 나오고, 후반부에는 예수님의 공적 활동(공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그 내용을 요약해주는 말씀이 나온다.
이 두 부분은 다같이 사순절 첫 주일을 지내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호소하는 바가 크다.
오늘 봉독되는 마르코 복음에 의한 예수의 유혹설화는 루가 복음서와 마태오 복음서에서와는 달리 매우 짧지만, 성서의 세계에서 깊은 상징성을 갖고 있는 「광야」라는 말과 「사십일」이라는 숫자를 사용하면서 의미 깊은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오늘 복음에도 나오는 40이라는 숫자와 「광야」라는 말은 『성서』를 읽고 살던 사람들에게 「정화와 준비」를 상징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모세는 40주야를 시나이 산에서 지내며 야훼의 말씀을 받을 준비를 하였으며(출애 24,12~18), 엘리야 예언자는 이사벨 여왕의 박해를 피해 사십일 동안 광야에서 피신하며 자신의 사명수행을 위한 영적 힘을 새롭게 길렀고(1열왕 19,8), 무엇보다도 이스라엘 백성은 에집트에서 해방되어 약속의 땅인 가나안 복지에 들어가기 전에 40년 동안이나 광야에서 전전해야 했다(참조: 신명 8,2).
그런데, 특히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에 의하면 『광야에서 유랑하던 시절』은 하나의 『고통과 시련(유혹)의 시절』이었지만, 하느님의 사랑을 어느 때 보다도 깊이 느끼며 믿고 살았던 하나의 『이상적인 시기』리기도 하였다.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백성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 자신들을 구원하셨던 하느님 야훼를 잊고 바알 우상숭배나, 빈부격차, 권력의 남용, 부정부패 등으로 타락하기 쉬웠던 문명사회에서 보다는, 오히려 모든 것이 부족하여, 의지할 것이라고는 하느님밖에 없었던 곳, 그래서 하느님을 간절히 찾고 믿었던 광야에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을 더 깊고 순수하게 간직했다고 회상하면서 당대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광야로 나오라』고 초대하였다.(예컨대 호세 2,16~17).
이제 막 시작한 사순(40일)시기도 일종의 「정화의 시기」이자 「준비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사순절 시기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영적인 광야』로 초대하는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오늘 복음의 후반부에서 마르코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공적 활동(공생활)의 시작을 알리면서 그 내용을 요약해 놓아싿.
마르코 복음사가는 처음부터 예수님이 선포하신 내용을 「하느님의 복음」이라고 부름으로써 예수님이 선포한 소식이 근본적으로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기쁘게 하시는 (행복하게 하시는) 소식」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쁜 소식의 내용은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약속하셨던 『하느님의 나라(다스림)』을 간절히 기다려왔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 고난으로 점철된 역사 속에서 언젠가 『때가 되면』하느님께서 몸소 개입하시어 악한 인간들을 그 권좌에서 내쫓으시고 당신의 정의와 자비를 세우실 것이라는 예언자들의 예언이 성취될 것을 고대해왔었다. 이제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통하여 『그 때』가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 「기쁜 소식」의 선포는 동시에 「회개하라」는 경고이며 「복음을 믿으라」는 초대이기도 하다.
예수님이 선포하는 「기쁜소식」이 참으로 기쁜 소식이 되기 위해서는 「회개와 믿음」이 요청된다는 말이다.
「회개하다」라는 말에 해당되는 히브리어가 본디 「돌아서다」는 뜻을 품고 있듯이, 성서에서 「회개」란 지금까지 자기중심적으로 잘못 살아왔던 삶의 방향을 180도 완전히 돌려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순절이 이미 시작되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사순시기는 영적인 광야(빈들) 체험의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사순시기 동안 우리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끊어 놓거나, 방해하던 것들을 우리의 삶에서 말씀히 치워놓고 하느님을 위한 자리와 시간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하겠다.
그리고 불필요하고 시끄러운 외적 및 내적 소리도 제거하여 하느님의 말씀이 더욱 똑똑하게 우리의 삶에 들려오도록 해야하겠다.
이번호부터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이신 김영남 신부님께서 집필해주시겠습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김성배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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