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부터는 마산교구 정하권 몬시뇰이 집필하시는 「성숙한 신앙」을 연해합니다. 이 란에서는 소위 「거룩한 미신」으로 불릴 수 있는 것들, 곧 일선사목자나 신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들과 교회의 그릇된 관십에 대한 올바른 가르침을 제시할 것입니다. 정몬시뇰의 해박한 신앙지식과 필치가 돋보이는 「성숙한 신앙」에 독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바랍니다.
교회는 초창기부터 모든 사람을 위한 간결하고 규범적인 신앙조문들을 통하여 교회의 신앙을 표현하고 전달해 왔다. 이러한 신앙의 종합적인 조문화(條文化)는 신앙내용의 동일하고 완전한 가르침을 위해서 성서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모아서 요약한 것인데 그리스도인들이 고백하는 신앙을 요약한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이러한 신앙요약문을 신경이라 부른다.
그리스도인의 최초의 공식적인 신앙고백은 세례성사를 받을 때에 신앙고백문 즉 신경을 읽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신경은 무엇보다도 세례를 위하여 성립된 것이다.
신앙이 넓게 선포되면서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신경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같으면서도 그 표현이 약간씩 다른 많은 신경이 발생하였고, 초기에는 아주 간략한 신경이, 후기에는 더 상세하고 긴 신경들이 출현하였다.
이 여러가지 신경들 중에서 두가지 신경은 교회의 생활에서 특별히 중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도신경」이라 부르는 신경은 로마 교회에서 사용하던 유서깊은 신경으로서 여러 지역에 전파되었고 트리엔트 공의회의 명령으로 편찬된 교리서에 확정된 신경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신경은 「니케아-꼰스딴띠노뽈리스 신경」이다. 이 신경은 제1차 니케아 공의회(A.D. 325)의 가르침과 제1차 꼰스딴띠노뽈리스 공의회(A.D. 381)의 가르침을 종합한 신경인데 성삼교리를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 (이 두가지 신경은 우리말로 번역되어 미사통상문에 수록되어 있다).
앞에 언급한 대로 신경은 첫째로 세례를 위한 것이고, 세례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마태 28,19) 베풀어지므로, 세례 때에 고백하는 신앙의 진리들은 성삼의 세 위격(位格)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1편 189조 참조).
신경에는 대략 12조목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 각 조목들이 독립적으로 믿어야 할 내용들이 아니고, 그리스도교의 기본 신앙인 성삼교리와 연결되어서 종합적으로 또 포괄적으로 믿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경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하느님의 제1 위격인 성부와 그분의 창조업적에 대하여, 다음에는 제2 위격인 성자와 인간 구원의 신비에 대해서, 끝으로 인간 성화(聖化)의 원천이신 제3 위격인 성령에 대하여 믿고 고백한다(상기교리서 1편 190조).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성부께서 천지만물을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로 천지를 창조하신 성부를 믿는 것이다. 이 때 우리 신앙의 궁극적 목표는 성부이시고 천지창조는 성부신앙에 종속되고 포함되어서 믿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성자의 강생과 수난과 부활승천과 재림을 따로 따로 믿는 것이 아니고, 인간 구원을 위하여 강생하시고 수난하시고 부활승천하시고 재림하실 성자 예수를 믿는 것이다. 성자 예수는 신앙의 궁극목표이고 강생구속 등 나열된 구세 사항들은 성자신앙에 종속되고 포함되어서 믿어지는 것이다.
끝으로 성령과 교회와 모든 신앙의 통공과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과 영생을 각기 독립된 사항으로 취급하여 따로 따로 믿는 것이 아니고, 교회 이하의 나열된 사항들을 이룩하시는 성령이 우리 신앙의 궁극목표이고 나머지 사항들은 성령신앙에 종속되고 포함되어서 믿어지는 것이다.
관계대명사가 없는 한국어로 신경을 번역하다보니 성부 성자 성령과 다른 사항들까지 『~을 믿는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그리스어나 라틴어 원문에는 성부 성자 성령 세 단어 앞에만 전치사 「IN」을 붙여서 신앙의 궁극 목표를 명시하고 있고, 다른 사항들은 그냥 무엇을 믿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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