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개봉되는 영화 중에 철로를 연결 고리로 삼는 영화들이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영화 「박하사탕」이 그렇고 일본영화 「철도원」이 그렇다.
겨울의 시작 즈음에서 「러브레터」가 진한 여운을 남기더니 「철도원」은 우리에게 비장미를 안겨주고 있다. 하얀 눈과 까만 철도원의 외투가 짙은 대조를 이루고 거기서 인간적인 정을 선사하는 부인과 딸의 환영은 빨간 겉옷으로 우리를 추억에로의 기차에 동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우면 만나러 가야한다고…」기차의 기적소리와 종학역에서 울리는 호루라기 소리는 더욱더 공명되어 우리 마음을 울리고 있으니 영화의 시작으로 울리는 경쾌하고 가벼운 휘파람으로 부르는 듯한 「테네시 왈츠」와 함께 그 영화의 당당한 테마뮤직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세기 말 일본의 황혼이혼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다소곳하고 남편을 정성껏 섬기던, 서비스가 훌륭한 일본의 아내들이 남편의 정년퇴직 이후 지나간 삶을 보상받기 위한 이혼을 과감히 단행한다는 것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일련의 현상들에 대한 수긍이 이어졌다.
회사 인간이었고 지금은 무너져버렸지만 평생 직장 체제였던 일본인에게 가족은 희생을 강요당한 그 무엇에 지나지 않았고 가부장제의 옹호를 위해 어떤 감상과 융통성도 허용하지 않는 떨떠름함, 전체를 위해서는 작은 집단은 희생해도 된다는 일본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이 영화의 감동 뒤에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두가지 복음적 요소
그러나 이 영화에서 두 가지 복음적인 요소를 읽어낼 수 있다.
하나는 작은 일에 충실한 종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주인공 오토를 비난할 수 없는 이유도 그가 비록 가족에게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공적인 일에 씌어져야 할 전화까지도 챙기고 자신을 위해서는 아주 조금의 편리도 허용하지 않았으면서 직무에 있어서는 한없는 성실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가족이기주의에 물들어 있는 우리 사회와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또 하나는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역 근처 탄광에서 아버지를 잃고 갈 곳이 없는 어린 토시를 훌륭한 청년으로 키워낸 오토의 가족과 식당 할머니의 조건없고 계산없는 사랑은 그 영화의 전체 테마와 어우러지면서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늘 말없이 내리기만 하는 눈처럼 말이 없는 오토. 그렇지만 그 눈이 우리게 말할 수 없는 감성으로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드ㅏㅅ 오토의 절제된 감정 뒤에 숨은 따뜻함으로 우리를 눈물 흘리게 한다. 오토의 역설적인 말대로 그가 평생을 보낸 겻의 근무지에서 죽음을 만난 그는 여러 사람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사나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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