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가 발행한 자료집에서 지적하고 있는 여러 심신수련방법들은 불교 고유의 수행법인 선이나 엄격한 종교적 수행 방법이 아닌 대중화되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비술, 영술과 관련된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법들과 구별되는 불교 고유의 선 또는 「동양적 명상 방법」들을 그리스도교의 기도와 영성 수련에 도입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많은 논의의 대상이 돼 왔다.
가톨릭 신자나 성직자, 수도자들 중에서 불교의 「선(禪)」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선 평태의 기도가 그리스도교적 명상방법에 도입되면서 그리스도교의 명상 방법은 보다 풍요롭게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불교의 교리와 형이상학적인 토대를 그대를 그대로 두고 그리스도인들이 선의 수행을 실천할 수 있는가가 문제로 제기됐다.
예컨대 불교의 선은 문헌에 기초를 두지 않으며 스승과 제자 사이의 대화는 언어를 매개로 하지 않는다. 또 선에서는 대상이 없는 명상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에서는 기도의 원천을 하느님의 말씀에서 찾아며 기도는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여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 1989년 「그리스도교적 명상의 일부 측면에 관하여 가톨릭 교회의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은 불교의 선과 인도의 요가를 「명상의 동양적 방법」이라고 지칭하면서 동야의 명상법들로부터 『기도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견해와 논리, 요구 사항들이 무시되지 않는 한』그리스도교 기도의 목적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취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한은 이 방법들을 그리스도교의 기도에 적용하는데 있어 그리스도교적 명상을 비그리스도교적 명상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그럴 경우 혼합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특히 『표상이나 개념이 불가능한 절대적인 것을, 유한한 실재를 훨씬 능가하는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느님의 위엄과 같은 수준 위에 서슴없이 올려 놓으려 한다』또 『그리스도교적 관상의 유일한 대상인 하느님의 사랑은 어떤 유형이든 상관없이 방법이나 기교에 의해 얻어질 수 없는 실재』라고 강조해 동양적, 특히 불교적인 선(禪)을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기도에 사용하는 것을 비판했다.
하지만 사실 가톨릭 교회가 개신교 등과의 대화나 접촉,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천한 불교와의 교류, 그리고 실제로 많은 수도자나 성직자들, 신자들이 선 형태의 수행법을 통해 다양한 체험과 기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앞으로 그리스도교 기도에 동양의 명상이나 선 등의 수행법이 더욱 적극적으로 접목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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