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회를 마치고 돌아왔어요. 그때는 착좌하기 전이라 수원교구에 들어갈 수는 없고, 평양교구장 서리이며 가톨릭구제회 책임자이셨던 조지 캐롤 안 몬시뇰의 숙소에 얼마동안 머물렀지요. 내가 평양교구 소속이었으니까요.
그곳에 있으면서 부임인사도 준비하고, 착좌식 강론도 준비했어요. 그때 강론이 꽤 길었지, 아마. 30분도 더 됐던 것 같아요. 당일은 미사는 아니었고, 착좌식만 조촐하게 진행됐지요. 성당도 좁아서 신자들이 다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또한 당시 교구 설립 교령은 내가 번역했지요. 지금 보면 다 옛날 말투 일거예요. 강론도 마찬가지예요. 여러 차례 다시 고쳐 썼던 것 같아요. 교구에 부임할 무렵에는 특히 순교자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요. ‘미리내 성지’를 비롯해 초대 순교자들이 다니시던 곳이 교구 관할 지역 내에 있잖아요. 12월 21일 착좌했는데 예수성탄대축일 전야 미사도 미리내 성지에서 봉헌했죠.
주교좌본당 설정은 교황님의 교구 설정칙서에 명시돼 있었어요. 수원시내에는 북수동본당과 고등동본당 등 두 개 본당이 있었는데, 고등동본당이 조금 더 컸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고등동본당이 주교좌본당이 됐어요.
또 착좌식 준비는 장금구 신부님(당시 북수동본당 주임)의 주도 하에 이뤄졌지요. 장 신부님과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수원교구 관할지역에 있던 신부님들은 교황님 칙서와 함께 그대로 수원교구에 속하게 됐어요. 그때 본당이 24개였고, 신부님은 28분이 있었죠. 김춘호 신부님과 손말구 신부님은 유학을 가 있었어요.
착좌식 직전에 처음으로 잠깐 고등동성당에 일부러 들어 가봤던 기억이 나네요. 이전에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었던 곳인데 곧 착좌예식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겠기에 미리 둘러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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