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이번 겨울철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기온의 변동폭이 클 것”이라며 “발달한 시베리아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강추위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상기후는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계속되는 이상기후의 원인을 살펴보고 대책을 모색해 본다.
이상기후, 한반도에 불어 닥쳤다
▲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0년 12월 강릉에 내린 폭설, 해외의 홍수·가뭄 모습.(위부터)
이상기후의 시작은 ‘폭설’이었다. 1월 4일 서울에 내린 폭설은 25.4cm로, 신적설(새로 쌓인 눈)을 관측한 이래 가장 많았다. 3월 하순부터 4월 말까지 이상저온이 지속됐다. 또한 봄철 강수 일수가 평년 대비 9.9일 많은 반면 일조시간은 76.8%로 1973년 이후 가장 적었다.
여름철에는 폭염이 계속됐으며, 가을에는 ‘물 폭탄’이 강타했다. 특히 광화문을 비롯 서울 시내 곳곳을 물바다로 만든 추석 연휴 첫날 9월 21일의 폭우는 서울 일강수량 259.5mm를 기록했으며, 1908년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때 아닌 가을황사가 기승을 부렸다. 11월 11일 서울 황사농도는 119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파 역시 한반도를 피해가지 않았다. 성탄 전야인 24일에는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1℃까지 내려가 12월 기온으로는 30년 만에 가장 낮았다. 한반도 겨울철 날씨를 대표했던 삼한사온도 이미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도 이상기후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았다. 북극 중심부가 따뜻해지면서 찬 공기가 유럽과 북미, 아시아로 밀려 내려왔다는 분석이다. 온난화는 그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가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화로 인해 무분별한 숲 파괴, 도시화, 나무와 산호의 감소 등으로 인해 이산화탄소의 양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창조질서를 거스르며 자연을 파괴한 결과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극단적인 이상기후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사람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이상기후, 생활을 위협하다
지구온난화가 걱정되는 것은 기온이 일상생활과 밀접한 영향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분야에서 이상한파와 폭설로 인한 시설물 파손과 복숭아, 매실 등 과수 동해가 발생했으며, 이상저온·일조량 부족에 따른 월동작물 생육 부진 등의 피해가 이어졌다. 국토해양·방재분야에서도 2조400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켰다.
건강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온대성 기후대의 한반도 기후는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말라리아, 뎅기열 등의 질환도 늘어나고 있으며, 여름철에는 대기 중 오존농도가 증가해 두통, 호흡곤란, 폐수종, 기관지염, 폐렴 등을 일으킬 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홍수 및 가뭄으로 사망률이 증가하고,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 대해 각종 전염병과 심장병 질환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2020년에는 4억~17억 명이 물 부족을 겪고, 1000~3000명이 기근 위험에 노출되며 알레르기, 콜레라, 일본뇌염 등 전염성 질병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창조질서보존을 위한 생활습관이 지구를 지킨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에게 직면한 일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자연을 파괴한 결과 나타난 현상이다. 해결에 나서는 것도 우리 몫이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우리사회를 기후변화에 강한 저탄소사회로 변화시키는 데 환경부가 선도적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린카드’를 도입, 에너지·수도절약, 대중교통 이용, 녹색구매 등 녹색생활을 실천한 만큼 카드 포인트를 지급함으로써 국민들의 녹색생활을 촉진하며 국민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가톨릭교회도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 제43차 세계 평화의 날 주제를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로 선택했다. 교황은 담화에서 “교회는 피조물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창조주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 땅과 물, 공기를 보호하고 무엇보다 인류를 자멸에서 구해내기 위해 공공생활에서 책임을 행사하는 것이 의무”라고 언급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조해붕 신부)는 지난 2005년부터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기 ▲엘리베이터 타지 않기 ▲종이컵 사용 안 하기 등 20여 가지의 실천항목을 소개하고, 즐거운 불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창조질서보전을 위한 환경·생명 십계명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조해붕 신부)는 지난 2004년 일상생활에 새겨 넣을 창조질서보전을 위한 지침을 계명형식으로 만들어 ‘창조질서보전을 위한 환경 생명십계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다음은 십계명 소개.
1. 어머니이신 땅을 공경하라
2. 생명의 물을 사랑하라
3. 자연에 부담을 주지 마라
4. 생명의 밥상을 차려라
5. 우리의 몸을 존중하라
6. 하늘을 더럽히지 말라
7. 단순하고 소박하라
8. 흔적을 남기지 말라
9. 더불어 함께 살아라
10.함께 가르치고 배워라
◆ 인터뷰 / 한국대기환경학회장 전의찬 세종대 교수
“교회, 환경운동에 더 적극 나서야”
▲ 전의찬 교수
한국대기환경학회 학회장 전의찬(스테파노·세종대) 교수는 이상기후 현상을 온돌방에 비유했다. 그는 “아궁이에 불을 때면 온돌 짜는 방식에 따라 방 온도가 달라진다”며 “하물며 지구는 온돌방과 비교할 수 없이 큰 구성체로, 온난화가 시작되면 지역별 차이가 커져 가뭄과 폭설, 폭우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도시화 열섬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100년 간 지구 기온이 평균 0.74도 상승한 것에 반해, 서울은 2.2도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평균 상승기온과 비교했을 때 약 1.5도는 도시화 열섬현상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 90% 이상의 도시화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상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났습니다. 온난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도시화 열섬현상의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시급합니다.”
전 교수는 기후변화는 당연하게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시간이 길면 상관없지만, 급격하게 변화할 때 건강문제, 생태계 파괴 등도 우리가 걱정해야할 부분이라는 것. 또한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도 다음세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변화과정의 맨 마지막 단계입니다. 하지만 그 변화를 멈추는 것은 쉽지 않죠. 그래서 홍보와 교육이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교육을 받고 습관을 들인다면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는 또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강조하면서, 가톨릭 환경운동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환경보호는 하느님 말씀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입니다. 그에 반해 교회 전체의 환경 운동은 미흡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구체적인 사안도 중요하지만 더 큰 그림의 환경운동을 가톨릭교회가 펼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