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훈련하는 충주야구장에는 며칠 전 내린 눈이 채 녹지도 않았다. 손발이 시릴 법도 하지만 선수들은 추위마저도 잊은 듯했다. 홈런 치는 것이 목표라는 주장 임항구(임마누엘·18) 군을 비롯한 모든 부원들이 연습게임을 하면서도 박상수 감독의 손끝에 모든 시선을 모아 집중한다. 소리 없는 훈련이지만 여느 야구팀 훈련장 못지않게 뜨겁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조일연 당시 교감의 주도로 2002년 9월 9일 ‘귀의 날’에 창단됐다. 선수가 9명밖에 되지 않아 경기도 할 수 없었던 야구부는 10년 새 ‘폭풍성장’을 했다. 창단 이듬해에 제33회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에 첫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연속 5년 간 비장애인 야구부와 경기를 했다. 2007년에는 제1회 전국 농아인 야구대회에 참가했으며, 2010년에는 제4회 협회장기 전국 농아인 야구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선수들도 23명으로 늘어났다.
야구부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참가하는 전국대회에서 아직 한 번도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하지만 선수들은 좌절하거나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훈련에 더욱 매진한다. 야구는 그들에게 승리보다 더 큰 ‘꿈’을 갖게 해줬다. 야구는 물론이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성적우수 장학금과 성적향상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도 많다. 꿈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
100%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야구부는 다른 학교 야구부처럼 해외전지훈련은 생각도 못한다.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야외 야구장에서 찬바람과 싸워가며 훈련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학교전용 구장이 아니라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야구부장 박정석(도미니코·44) 선생은 “전지훈련 한 번도 못가고 추운 야외에서 훈련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한국 유일의 청각장애 야구팀이라는 자부심을 잊지 않는다”며 “청각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 모두에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야구부는 올해 비장애인과의 경기에서 1승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어렵지도 않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언젠가 꼭 이뤄질 목표며, 꿈이다.
최근에는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를 모티브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장애를 넘어 ‘야구에 대한 꿈’을 펼치는 이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 가슴 울컥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행정실장 서 소피아 바라 수녀는 “글러브(glove)를 ‘God is love’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사랑을 먹고 사는 우리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많은 사랑을 쏟아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후원계좌 329-01-288548 농협(예금주 충주성심학교)
▲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훈련 모습.
■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소재 ‘글러브’
세상을 향한 외침 ‘소리없는 파이팅!’
20일 개봉
대한민국 53번째 정식등록 고교 야구부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를 모티브로 재구성한 영화 ‘글러브’(제작 시네마서비스)가 오는 20일 개봉한다. 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야구’에 대한 꿈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이야기는 2011년 1월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선정,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우석 감독의 첫 휴먼 드라마 도전작인 ‘글러브’는 국내 최초 청각장애 야구부의 세상을 향한 소리 없는 파이팅을 그려냈다. 들리지 않아 공의 방향과 낙하지점을 눈으로 확인하고 뛰어야 하는 선수들, 글러브 때문에 수화를 할 수 없어 팀플레이를 꿈꾸지 못하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펼치는 뜨거운 땀과 열정을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탄탄한 구성과 연출력은 물론 정재영, 유선, 강신일, 조진웅 등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의 합세로 완성도 높은 영화가 탄생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야구부로 출연하는 11명 신인 연기자를 비롯 선생님 역의 배우들은 전문 수화 통역사에게 오랜 기간 교육을 받아 자연스러운 수화 연기 장면을 만들어내, 실제 충주성심학교 학생들이 출연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를 펼쳤다.
※문의 www.glove2011.co.kr 영화 ‘글러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