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용서의 날」을 정하고 공개적으로 교회 구성원들의 과오에 대해 용서를 청한 것은 가톨릭 교회 2000년 역사상 처음인 것으로 보이며 가히 새 천년을 여는 기획적이고 겸허한 자세인 것으로 평가된다.
교황은 이미 지난 94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제삼천년기」에서 교회는 『자기 자녀들이 참회를 통하여 과거의 과오와 불충한 사례들, 항구치 못한 자세와 구태의연한 행동에서부터 자신을 정화하도록 격려하지 않고는 새로운 천년기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33항)고 천명한 바 있다.
교황은 또 2000년 대희년이야말로 교회가 용서를 청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때임을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한 바 있다.
교황의 고백은 결국 새 천년기로 들어서는 가톨릭 교회가 참된 하느님의 백성으로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한 바탕이었던 것이다.
3월 초 문헌이 발표되면서 관심은 교황이 과연 얼마나 구체적으로 역사적인 사안들에 대해 언급할 것인가로 모아졌다. 이날 교황과 추기경, 주교들은 7개 범주로 교회의 과오를 고백했다.
여성들과 소수민들에 대해 용서를 청하는 기도에서는 『거부와 소외, 인종과 민족적 차이에 바탕을 둔 차별의 태도』에 대해 고백했다.
인권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 속의 그리스도에 대해 깨닫지 못했고 너무나 자주 『부와 권력에 의지함으로써 불의한 행동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날 예식에서 교황은 사실 구체적인 사건이나 관련 집단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3월말경 성지를 방문할 예정인 교황은 특별히 이스라엘 민족을 억압한 과오에 대해 용서를 청하기는 했지만 홀로코스트(유다인 학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유다인들로부터는 미흡하다는 반응을 가져왔다.
하지만 사실상 교황은 21년 동안의 재위 기간 동안 100회 이상에 걸쳐 교회의 역사적인 과오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해왔다.
교황의 겸허한 고백은 자연스럽게 지역교회의 양심 고백, 다른 종교인들의 「내 탓이요」도 촉구한다. 물론 교환을 전제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 도덕적 힘과 영향력은 모든 사람들의 근본적인 회개와 고백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교황의 이번 예식에 즈음해 스위스, 호주, 미국 등에서는 주교회의 차원 또는 교구 차원에서 교회의 죄과를 고백했다.
최근 몇년 동안 두드러진, 교황을 통해 표시된 가톨릭 교회의 참회와 용서청원의 자세는 물론 아직은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고백을 이끌어내고 있지는 않지만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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