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최근 언론을 통해 보면 교황님께서 교회의 잘못에 대해서 용서를 청했다고 하시는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교회 가르침 중에 교황은 오류를 범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교황님께서도 잘못을 한다는 것인지요?
【답】질문자께서 알고 계시는 교리는 「교회와 교도권의 무류성」중에서 교황님께서 교회의 최고 목자의 자격으로 행사하시는 특별 교도권의 무류성(교좌선언, ex cathedra)을 의미합니다. 즉 교황님께서 전체 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으로, 신앙이나 도덕의 문제에 관한 어떠한 진리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의사를 밝힐 때 그르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황님께서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지난 3월 1일 발표하신 「기억과 화해 : 교회와 과거의 과오들」이란 문서를 통해 교회가 지난 2천년 동안 범한 역사적 과오에 대해 반성하신 것은 위에서 설명한 교도권의 무류성과는 다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서를 통해 교황님께서 지난 2천년 동안 교회의 옹호 속에 신앙의 이름으로 자행된 잘못에 대해 인류를 향해 용서를 청하신 것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십자군 원정을 통해 많은 유대인들과 회교도들을 학살하고 많은 도시를 약탈한 사건과 그리스도를 죽인 죄를 물어 오랫동안 공공연하게 반유대주의를 표방하여 박해를 가한 것과 2차 대전 중에 자행된 유대인 대량학살(홀로코스트) 때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문제, 중세 때 마녀사냥의 명목으로 자행된 중남미 원주민 학살의 문제 등입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세계사를 통해서도 문제가 되었던 것들이며,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세상 안에서 노력하는 교회가 해당 지역에서 비난을 받곤 하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서 대체로 교회의 입장을 변호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문제를 회피하는 자세를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문제들 중에는 전체 교회의 문제라기보다는 유럽 등 특정지역의 교회사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 교회가 2천년을 거치면서 이러한 역사를 통해 전세계에 선교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공동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그러므로 전체 교회의 입장에서 인류 앞에 용서를 청한 것입니다.
그리고 위의 문서에서는 많은 신자들이 교회의 이러한 속죄행위에 대해 질문자와 같은 의문을 가질 수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습니다. 즉, 교회가 인류 앞에서 용서를 열거하며 열거한 역사적인잘못들은 교회의 오류라기보다는 항상 회개하고 회심해야 하는 교회 구성원들의 잘못된 역사적 판단에 의해 빚어진 잘못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해 용서를 청하는 것이 교회가 공적으로 신앙과 도덕의 문제, 또는 계시 진리에 대해 선포하는 것에 있어서 오류를 범할 수 없다는 교도권의 무류성에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교회는 거룩한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므로 세상 속에서 항상 회개하고 회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도 신앙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그 시대의 역사성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인간의 지혜와 과학의 발달에 의해 그 역사성의 한계가 드러난다면 이것을 인정하고 변화를 이루어 나갈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교황님께서 용서를 청하신 것은 바로 이러한 면에서 취하신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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