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는 자기 양떼가 안전하지 않는 한 자기의 안전을 원치 않는다』
노동자와 농민에 대한 억압과 착취가 극심한 국가 상황에서 이들의 인권옹호를 위해 싸우던 한 대주교가 1980년 산살바도르 병원의 소성당에서 미사를 거행하던 중 무장 괴한들의 저격을 받고 사망했다.
오스카 아르눌포 로메로(Oscar Amulfo Romero, 1917-1980) 대주교. 오는 3월 24일은 엘살바도르 뿐 아니라 전세계 그리스도인에게 「가난한 자들의 순교자」「억압받는 이들의 대변자」로 추앙받는 그의 서거 20주기다.
국제 까리따스는 지난달 말 로메로 대주교에 대한 시복청원과 함께 시복식을 올해 안에 희망하는 결의서를 교황청에 제출하는 등 각국에서는 그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열릴 예정.
20년전, 가난한 이들의 교회를 위해 꿋꿋하게 그러져간 그의 삶과 신앙을 책으로 만나보자. 그의 전기인 「말씀은 남는다」(제임스 브록크먼 지음/이부영 옮김/분도).
강론과 말씀을 발췌한 「여러분이 교회」(제임스 브록크먼 엮음/성찬성 옮김/바오로딸) 네 개의 사목서한과 피살 당시의 강론을 수록한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소리」(오스카 로메로 지음/기춘 옮김/바오로딸)를 비롯한 책에서 그의 굳센 신념과 함께 할 수 있을 것.
로메로 대주교는 암울하고 절망적이었던 당시 상황에서 교회가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모든 면에서 나라 전체를 복음화』하는 일로 연결시켜야 함을 꿰뚫어 보았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보내는 편지).
즉 교회는 기쁜 소식을 전달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그 기쁜 소식을 곧 기쁜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무런 박해도 당하지 않고 세상의 재화들을 공급받으며 특권을 누리는 교회는 참된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라고 말하며 『사람들에게 정의를 명하지 않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은 사회정의가 결여된 자리를 겉치레뿐인 자선으로 수선하려는 서투른 사랑의 만화』라고 강조했다.(「여러분의 교회」중).
『저의 입장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기뻐했습니다. 그들은 교회가 자신들의 문제와 열망에 가까이 오고 있으며, 자신들과 함께 희망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역겨워하거나 침통해 했습니다. 사고방식 뿐만 아니라 생활방식까지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쇄신을 어렵고도 고통스러운 것입니다』(「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소리」중).
신학자 소브리노(J. Sobrino)는 그의 이러한 삶을 「살아서는 목소리 없는 이들이 목소리요, 죽어서는 이름 없는 이들의 이름」이라고 평하기도. 그의 일대기는 영화화돼 비디오를 통해서도 한편의 드라마 같은 그의 삶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나를 죽여도 나는 엘살바도르의 민중 안에서 부활할 것이다. 한 주교는 죽지만 하느님의 교회, 민중의 교회느니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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