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오후가 되면 영등포 요셉의원과 시흥 전진상의원에 진료봉사를 가기 위해 진찰 가방을 챙겨드는 서울 인제대 백병원 신경외과장 고영초 박사(가시미로·수원 과천본당·48).
특히 전진상의원에서는 23년째 봉사활동 중인 고박사는 사순시기인 요즘 평소 늘 마음 속에 새기고 있는 「미소한 형제중 하나에게 베푼 것 모두가 내게 한 것이다」는 성구가 더 힘있게 와 닿는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절은 늘 그에게 환자 한명 한명을 어느깨 보다 더 예수님 모습으로 느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고박사의 사순절에 대한 기억은 「무언가 하나」는 결심하곤 했던 초등학교 복사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친이 본당 총회장을 맡을 만큼 신실하고 열심했던 가정의 신앙적 분위기는 고박사를 포함, 삼형제 모두가 본당 복사 활동을 하도록 만들었단다. 사순절이 새로운 결심과 반성의 시기로 희미하게 나마 마음속에 자리잡아 갔던 시기였다.
사제의 꿈을 지니고 소신학교를 다녔던 그는 아무래도 그때가 사순절이 갖는 의미를 진지하게 열심히 묵상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한다.
대희년 가운데 맞는 사순절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사순시기가 모두에게 「이웃」「자신」「그리스도」와 화해하는 기쁨을 가져다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고박사는 개인적으로 좀 더 하느님 뜻대로 사는 생활. 어떤 결정을 할 때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고 마음을 모으는데 충실하고 싶다고 했다. 구체적 결심도 있다. 「식탐(食貪)」의 습관을 고쳐볼 생각이다.
최근 들어서 고박사가 강렬하게 사순절을 체험했던 때는 몇해전의 꾸르실료 교육이었다. 마침 교육시기가 사순절과 맞물려 있어 십자가의 길등을 통해 진하게 주님 수난에 대한 기도 묵상 체험을 할 수 있었고 끊임없는 반성과 회개의 눈물을 흘리게 했단다.
그보다 몇해전, 역시 사순시기에 가졌던 한 피정에서 죽음의 체험 프로그램을 가졌던 기억도 사순절이면 고박사에게 늘 새롭다. 모의 연도 프로그램이었는데 의사로서 늘 죽음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죽음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그에게 「죽음은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것」이라는 마음과 「자비로운 하느님」에 대한 인식을 더욱 뿌리깊게 해주는 계기였다고.
『달포전부터 시작한 저녁 가정기도가 계속 이어져 하느님과 신앙 안에서도 가족들의 정이 더욱 끈끈해 졌으면 한다』고 사순절에 드리는 가장으로서의 바람을 전한 그는 또 직장내 신자 소공동체 모임이 활성화 돼서 직장 동료들이 생활 안에서 영성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으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요셉의원 전진상의원 의료봉사 외에도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라파엘클리닉활동, 본당 예비자교리, 성서공부 등으로 고박사의 일주일 스케줄은 물샐틈이 없다. 업무와 관련된 학회참석 강의 등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고박사는 그래도 어려운 이, 교회에 봉사하는 일은 「하느님께서 시키시는 일」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소신학교생활, 의대생으로의 전환, 아버지 사고를 계기로한 신경외과의 선택 등, 지나온 삶의 여정을 되돌아 보면 지금 자신의 모습은 하느님께서 이끌어 오셨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고박사. 그래서 무슨 일을 해도 걱정하지 않는 신앙적 여유를 가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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