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구제역 발생 이후 현재까지 약 200만 마리에 육박하는 소와 돼지들이 희생됐다. 피해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구제역은 여전히 확산되고 있어 축산업 전반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종교계가 현 정부의 축산정책과 소비자들의 식생활 문제를 짚어보는 토론회를 가졌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우리신학연구소 등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가 주관하는 ‘반생명적 축산정책의 종식을 기원하는 범종교인 긴급토론회’가 12일 오후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열렸다.
토론회에 앞서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등 5개 종교인들이 모여 가축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각 종단의 종교의식에 따라 살처분된 가축의 넋을 위로하는 종교 의식을 치렀다.
‘적게 먹고 적게 기르고 적게 죽이자’를 주제로 발표한 홍하일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대표는 “구제역 재앙을 초래한 근본적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육류 과다섭취와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공장식 축산업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공장형, 기업형 축산업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막대한 양의 물과 곡물, 석유, 살충제와 약품을 소비하게 된다”며 “도시 소비자들이 가까운 지역 농민들의 농축산물을 구매한다면 공장형, 기업형 축산기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농촌이 보다 활력 넘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는 지구 환경을 살리고, 제3세계 사람들의 기아문제를 해결하며, 농촌과 농민을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제역과 같은 가축 전염병의 대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과)는 ‘동물 생명권에서 본 축산 상황과 우리사회’를 주제로 발표했다. 우 교수는 “이번 구제역 사태는 OECD회원국이며 경제강국이라 선전하는 한국정부의 동물 생명권에 대한 무지와 더불어 우리 축산환경이 보여주는 신자유주의적 산업 현황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며 “구제역 발생과 방역에 있어서 흥미위주의 보도 행태도 동물 생명권과 생태적 삶의 모습을 생각하면 자랑스럽지 못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생태계와의 열린 관계보다 자연과 단절된 삶을 추구하면서 절제되지 않은 욕망의 만족만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지극히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신종 전염병에 대한 종합적 이해와 대책을 위해서는 인간 중심의 시각을 버려야 한다며,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생태적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안동가톨릭농민회 쌍호분회 최재호(마르티노) 회장이 경험한 살처분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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