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1월 21일. 수원교구 제2대 교구장 김남수 주교의 착좌식이 거행됐다.
가톨릭시보는 교구장 임명 기사에 이어 착좌식 기사도 1면과 3면 상단을 할애해 김 주교의 첫 축복 사진과 함께 두 번째 교구장을 맞는 신자들의 기쁨을 전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고등동 주교좌성당의 종이 울리고 주교들의 행렬이 입장하자 바깥에선 비좁은 성당에 입장치 못한 신자들로 약간의 혼란을 빚었다. 주교 서품식은 주교단 공동집전 미사 중 복음 낭독이 끝난 후 성가대로부터 ‘오소서 성신이여’가 장내에 울려 퍼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주교좌성당이었던 고등동성당에서 열린 착좌식은 교구장에 대한 교구민의 열망을 담은 채 장엄하게 진행됐다. 기사는 최윤환 신부(현재 몬시뇰)의 예절 지도에 따라 주례주교인 윤공희 대주교가 제대 앞으로 나와 좌정했다고 적는다.
김 주교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존경을 표시했다. 현재와 같은 주교 착좌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교의 직무를 죽을 때까지 충실히 수행하기를 원하는가”로 시작된 질문 10개에 김 주교는 “원합니다”로 답했다.
“폐식 선언 전 사회자 제의로 옥중의 지 주교와 정부지도자, 주교들을 위한 기도가 있었다.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헌신하다 옥에 갇힌 지 주교님. 다른 주교님들과 함께 이 자리에 계시지 못하고…’ 식순에 없던 기도가 이어지자 장내 분위기는 기쁨에서 슬픔으로 돌변했다.”
1974년 7월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양심선언으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지학순 주교의 부재는 이날 착좌식에서 슬픔으로 자리했다. 가톨릭시보는 ‘축하식을 마치고 주교들이 성당마당으로 나왔을 때 지 주교의 동생 지학삼씨는 윤 대주교를 붙들고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꼈고 윤 대주교도 안경알을 닦았다’고 전한다.
가슴 아픈 사연 속에서도 제2대 교구장은 꿋꿋이 착좌했다. 그의 사목모토인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를 소명으로 안고 일치할 것을 다짐했다. 가톨릭시보 1면은 김 주교의 착좌식을 이렇게 전했다.
“김 주교는 ‘교회는 인간과 인간이 분열된 현세에서 인간끼리 어떻게 일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지이고 갈라진 인간을 다시 일치시켜주는 도구’라고 강조한 후 ‘나는 오늘 수원교구의 일치를 위해서 교구장직에 취임한다’고 언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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