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하루 앞둔 이태석 신부가 마지막으로 남긴 육성은 “엄마”였다. 자갈치시장에서 삯바느질을 하며 10남매를 키운 어머니 신명남(안토니아·85)씨에 대한 이태석 신부의 효심은 남달랐다. 어머니에게 병을 알리지 않으려고 입원을 하면서도 ‘아프리카로 간다’고 했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매번 웃는 얼굴로 어머니를 맞았다. 어머니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신학교에 간다고 할 때에도, 아프리카로 떠난다고 했을 때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말썽 한 번 부리지 않던 아들이었는데 그 뜻만은 꺾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울어봤자 하느님을 이길 수가 있나요? 그렇게 아들을 보냈고, 가슴에 묻었습니다.”
이 신부가 아프리카로 떠난 후, 아들의 전화와 방문을 기다리는 것이 어머니 신씨의 일상이었다.
“전화하기 힘든 상황인줄 알면서도 기다렸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다림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아프리카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며, 여름엔 선풍기도 틀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의 고통과 희생을 조금이나마 함께 느끼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사랑했던 아들을 잃었을 때 신씨는 “하느님이 너무 원망스러워 기도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야 아들을 불러간 뜻을 알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선 우리 아들을 밀알로 쓰신 것 같아요. 성령의 힘으로 하루하루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산 이태석 신부를 위해 기도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눈물을 닦으며 이태석 신부의 사진을 바라보는 어머니 신씨가 웃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웃으며 떠난 아들 이태석 신부와 꼭 닮은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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