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커뮤니케이션 문화를 통한 복음 전파에 앞장서 온 성바오로딸 수도회는 1960년 한국 진출과 함께 복음적인 도서, 음반, 영상매체 등을 보급하는 사도직에 주력했다.
이 때문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에 서원을 하나씩 만들어 매체 보급에 힘썼다. 하지만 수도회는 단지 서원을 내는 일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사회가 발달해감에 따라 독서자들의 질적인 향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독서포럼’ 사도직이다.
독서포럼이 토론회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일정 지도자가 전체적으로 진행을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다. 보통 수도회 소속 수녀들이 지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지도 수녀가 있다 해서 일방적인 교육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도자는 단지 회원들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질문과 나눔을 유도하는 역할만을 맡고 있다. 덕분에 포럼은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전체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부드럽고 화기애애하게 진행된다.
획일화된 방식보다는 지도 수녀에게 자율성을 주고 있는 것 또한 독서포럼의 특징이다. 물론 운영방식이 정해져 있기는 하다.
월 1회 모임을 2시간 이내로 진행하며, 인원은 10명 내외로 한다. 하지만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서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 수녀회가 전국 서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10개의 포럼이 책은 물론이고 영화포럼이나 다른 미디어포럼으로 확대되면서 지금껏 이어 올 수 있었던 이유다.
포럼의 효과는 다방면에서 나타난다. 포럼에는 대부분 40~50대 주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책’은 삶의 자극제, 활력소가 된다.
사회와 신앙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도 하고 지식도 깊어졌다. 언제 어디를 가든지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되고 목적의식이 생겼다. 자극은 또 보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간이 없는 가운데서도 책을 꼭 읽으려고 노력한다는 이들이 많다.
특히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경기여고 44회 가톨릭 독서회’가 대표적 사례다.
50대에 포럼을 시작한 회원들은 벌써 칠순을 넘겼지만 여전히 책 읽기에 열심이다. 눈이 침침해지고, 돌아서면 책 내용을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책 읽는 순간만큼은 자극이 된다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이다.
경기여고 44회 가톨릭 독서회 지도수녀를 맡고 있는 김영자 수녀는 “책을 읽으면서 회원들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 아닌가 하고 느끼고, 그 느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 느낀 감동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도 좋은 효과 중 하나다. 독서 후 감동을 공유하면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성숙한 신앙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을 얻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상처가 치유되는 사례도 많이 나온다. 한 번 시작된 포럼이 긴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을 통해 위안과 자극을 받는 회원들에게 포럼은 생활의 중심이다. 사는 지역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이제 한 달에 한 번 있는 포럼을 위해 욕심을 희생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그러다보니 지도 수녀를 비롯한 회원들은 책을 매개로 하느님 안에서 한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오랫동안 독서포럼을 지도한 박문희 수녀는 “많은 분들이 포럼을 하고 나면 인생 공부를 한 것 같다고 말한다”며 “자신이 감동을 받으면 책을 가족과 이웃에게 선물하고, 그 감동이 개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퍼져나간다”고 설명했다.
박 수녀의 설명처럼 독서포럼의 효과는 회원 가정으로 퍼져나갔다.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은 가족의 자랑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남편과 자녀들도 책을 읽게 되고, 책을 통해 가족 간의 대화가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독서가 가족의 습관이 되고 생활이 됐다.
최근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독서포럼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도 수녀들이 포럼 참여 시 꼭 필요한 준비물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열린 마음’이다.
책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도록 마음을 비우고 열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 안에서 진리를 찾고, 내면의 영성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포럼의 목적이기도 하다.
김 수녀는 “책 읽기의 근본은, 신앙도 신앙이지만 인간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인간다워야 한다는 것, 인간다운 인간이 된다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지난해 독서포럼 20주년을 맞은 경기여고 44회 가톨릭 독서회 회원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회원들은 여전히 책 읽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책 읽기를 통해 감동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은 성숙한 신앙생활뿐 아니라 내면의 상처 치유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 독서포럼의 장수 비결 중 하나이다.
■ 독서포럼 지도수녀들이 말하는 운영 Tip!
회원 골고루 참여하게 유도해야
포럼에서 읽을 책은 전례 시기나 계절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모든 회원이 공감하는 주제를 다룬 책이나 신간 중에서 선택하는 편이 좋다. 포럼 지도자의 역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도자는 선정된 책의 내용을 잘 파악하고 질문과 자료를 준비해야한다. 또한 포럼이 한두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고 회원들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지도자의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충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포럼이 시작되면 책 제목과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감동받은 내용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나간다. 지도자는 자연스럽게 나눔이 잘될 수 있도록 진행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거나 주제가 같은 다른 책을 소개한다. 또한 삶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도 언급하면 좋다.
박문희 수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열린 분위기만 만들어 놓으면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매번 모임 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빛을 받아간다는 회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포럼 지도자는 포럼 회원으로 1년 이상 활동하면 가능하며, 성바오로딸 수도회에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의 02-944-0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