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애는 올해 5학년입니다. 만화책이나 분량이 적은 책만 읽으려고 하고, 전에 읽었던 책만 자꾸 읽으려고 합니다. 또 책을 읽을 때 가만히 앉아서 읽는 시간이 20분을 못 넘기는 것 같습니다. 자라서 뭐가 되고 싶은지 물으면 그냥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꿈과 비전을 심어주려고 인물 이야기 전집을 샀지만 잘 읽지 않습니다.”
얼마 전 부모교육 때 만난 분이 한 말이다. 흔히 초등 5학년이면 혼자서 책을 즐길 나이가 되었고, 책이 왜 중요한지도 알아 들을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책을 싫어하고 쉬운 책만 보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책과 친해지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어떻게 책과 친해지도록 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 비록 5학년이지만 그동안 그림이 많고 이해하기 쉬운 책만 주로 읽어왔기 때문에 조금만 글이 많은 책은 읽기가 귀찮고, 또 잘 읽어낼 자신이 없어서 덮어버리기 쉽다. 누구나 익숙하게 읽어온 책을 또 읽고 싶어하고 편안하게 여긴다. 이제까지 읽지 않았던 책은 낯설고 까다롭게 느껴지기 때문에 얼른 손이 가지 않는 법이다.
그럴 때는 전에 재미있게 본 만화와 관련이 있는 내용의 책을 골라서 읽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만화로 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다면 이번에는 「동화로 읽는 그리스 신화」 같은 책을 함께 읽어보자고 한다. 이때 처음 몇 장은 소리내어 읽어주면서 흥미를 끄는 게 좋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예전에 알고 있던 등장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된다. 동화로 된 책을 읽은 다음에는 만화와 어떤 점이 달랐는지 비교해 보게 하거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소재로 한 다른 동화나 미술작품을 소개한 책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를 유발하는 방법이다.
꿈과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서 인물 이야기를 읽어 줄 때에도 처음부터 두꺼운 위인전이나 성공스토리를 읽으라고 할 게 아니라, 평소 잘 아는 인물에 관한 책부터 여러 권 읽도록 하는 게 좋다. 이순신 장군에 대해 만화나 드라마로 본 적이 있다면, 이번에는 「이순신을 만든 사람들」과 같이 이순신을 도와 해전을 승리로 이끈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 책을 함께 읽는다.
인물 이야기를 함께 읽을 때에는, 인물이 살았던 시대의 모습과 성장 과정, 그리고 그 인물이 사회에 남긴 업적 등을 먼저 살펴본 다음, 그 인물이 어떤 마음으로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결정했고, 자신의 단점이나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가치관은 책을 통해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책을 읽고 어른과 대화를 나누면서 형성되기도 한다.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 이태석 신부는 어려서 「문둥이 성자 다미안 신부」 이야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신부가 되기로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 신부가 쓴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가 많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 교회 안에는 많은 성인전들이 출간되어 있다. 성인과 관련된 짧은 영상물이나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들려주어 관심을 불러일으킨 다음, 함께 책을 읽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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