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리나’ 할머니는 조그만 자루에 손수 구운 숯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붙잡고 반찬을 살 돈이 없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먹을 것을 좀 드렸잖아요’라고 해도 사람이 밥만 먹고 사냐고, 반찬을 사야하는데 돈이 없다고 울상입니다.
“숯, 얼마에 팔 건데요?” 그러자 웃으며 말이 없습니다. 주는 대로 받겠다는 의미입니다. 사제관에는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온 빗자루와 땔감과 숯이 수북이 쌓이고 있습니다. 모두 돈이 없어 팔기위해 가져온 것들입니다.
“이젠 숯이 많으니까 염소 똥을 좀 모아보세요.” 그러자 염소가 없다고 펄쩍 뜁니다. “주위에 많으니 모아보세요”라며 약간의 돈을 쥐어줍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고맙다며 함박웃음을 짓고 떠납니다.
리나 할머니는 매일 미사에 참례하는 유일한 할머니입니다. 남편과 자식들을 떠나보낸 후 내전 중에 아강그리알에 들어왔지만 오갈 데가 없어 그대로 정착한 과부입니다. 그후 모든 젊은이들을 자기 아들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심지어는 신부들도 “내 아들”이라고 부르지요.
처음에는 사제관을 기웃거려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제초작업, 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 하루 종일 성당 주위의 풀을 혼자 뽑아내는 모습을 본 우리는 감동을 받고 말았습니다.
몇 년 전, 집이 없어 이집, 저집 떠돌며 살아오다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성당 옆에 오두막을 짓게 되었습니다. 저희들도 대나무와 짚단을 제공해 주었지요. 집을 다 지었다고 너무 행복해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문이 없어 자꾸만 좀도둑이 든다고 대문을 만들어 달라고 조르는 것이었습니다.
자재 마련하기도 어렵고 다른 일 때문에 바쁘기도 했고, 건성으로 알았다며 기다리라고 대답만 했습니다. 하지만 리나 할머니는 끈질겼습니다. 아침미사를 마치고 나온 저를 붙잡고 조르기를 수개월. 결국 복음에 나오는 인정사정없는 재판관(루카 18,1-8)처럼 과부의 끈질긴 청원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습니다.
결국 날을 잡고 하루 종일 나무를 뚝딱거려 땀을 한 됫박을 쏟아 대문과 출입문을 만들어주자 자물쇠도 달라고 졸라서 창고를 뒤져 묵은 자물쇠 하나를 챙겨주고, 열쇠는 목걸이를 만들어 걸어주었습니다. 그때 리나 할머니의 행복해 하는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서로의 언어와 몸짓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제는 서로가 익숙해져서 리나 할머니가 무엇을 말하는지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고 저희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리나 할머니는 이해합니다. 사람은 꼭 언어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 사실은 참 새롭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합니다.
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말하는 것은 ‘많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기 시작한다면 사랑은 표현되고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세상 속에 숨어있는 하느님 사랑의 암호는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든 상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교사들의 삶은 일상의 삶과 체험과 도전 속에서 숨어계신 하느님 사랑을 헤아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들고 온 스승의 진심어린 사랑을 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도와주며 기도하는 삶이기도 합니다.
◆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봉사자를 찾습니다.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는 수단 아강그리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구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평신도 봉사자를 찾고 있습니다.
신체 건강하고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이는 누구나 봉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특별히 현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볼 간호사 등 의료인, 공소 등 건물 설비와 전기시설 분야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관리 경험이 있는 신자, 농업 분야 경험자 등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봉사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복음화국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뜻 있는 신자들의 관심을 청합니다.
※ 문의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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