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저의 장래 희망은 변호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류 대학의 법대에 진학해야 겠지요. 그래서 공부하는 틈틈이 공부부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를 바치고는 합니다. 그런데 자기 소원을 위해서 하느님께 비는 것은 기복신앙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제기도가 잘못된 것인가요.

【답】질문자께서는 입시 준비에 바쁜 중에서도 틈틈이 하느님께 기도를 바치는 훌륭한 신앙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하느님께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는 이러한 기도가 기복신앙이 아닐까 의심하면서 분심에 빠지고 계신 듯 합니다.

그러므로 먼저 기복신앙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기복신앙이란 오직 현세적인 축복만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미신적인 신앙의 한 형태인데, 이러한 기복신앙에서 현세적인 축복을 얻는 방법 역시 선행이나 덕행 등 자신의 생활을 개선하는 노력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많은 복채를 쏟아 부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쟁취합니다. 그러므로 만일 기복신앙에 의지하여 현세적인 축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며 추구하던 바가 성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그것에 감사하면서 이웃에 대한 봉사나 사랑, 나눔을 실천하기 보다, 자신이 그만큼 돈을 쏟아 부어서 획득한 것이므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나 실패한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우월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기복신앙은 사회의 공동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이 현세적인 지향만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타인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으며, 또 자신이 청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 하는 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기복신앙에 젖어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것에서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에도 그 원인을 남에게 돌리거나 복채가 적었다는 것으로 돌리며 합리화시키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잘못된 사고에 젖어서 사는 사람들은 목표레 도달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한 이들이 그 노력의 대가를 정당하게 얻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하면서 욕심과 불의를 드러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질문자께서 자기 소원을 위해서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은 이러한 기복 신앙이 아니라 오히려 청원기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청원기도는 절대자이시며 세상 만사를 주관하시는 아버지 하느님께 믿는 이들이 자녀로서 도움을 청하는 기도의 한 형태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청원기도를 바치며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도 오직 좋은 결과만 얻고자 하는 기복신앙과는 달리, 먼저 자신의 길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도 하느님께서 함께 해 주심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 자신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주어진 결과는 주님께서 함께 해 주셨기 때문에 얻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고백함으로써 믿는 이들은 그 축복으로부터 또 다른 사명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질문자께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주님께 청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시되, 그 목표를 이루어 이웃을 사랑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생활을 하셔서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실 수 있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