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에 언급되지 않은 몇가지 교리에 대한 피상적 인식은 신앙의 성숙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당면한 큰 문제는 교회에 관한 인식부족이다.
교회는 그 정체가 하느님의 구원경륜 안에서 그리스도의 신비를 역사 안에 구현하는 하느님의 백성이고,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비체요, 성령께서 항상 거처하시는 궁전이다. 그래서 이러한 구원의 신비가 인간 역사 안에서 인간을 위하여 구현되도록 하려면 인간들로 구성된 신앙 공동체로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지라도 이 공동체는 구원의 신비를 담고 있는 그릇이기 때문에, 교회의 불가시적인 본질에 봉사하는 역할을 할 뿐이지, 교회의 기원도 예수님이고, 그 목표도 예수님이고, 이 목표에 이르는 길도 예수님이다. 그래서 예수 친히 『나는 길이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고 하셨다.
그렇다면 교회의 불가시적인 본질은 관념적으로만 인정하고 교회의 가시적인 공동체성에만 실질적으로 집착하고 주목하는 신앙태도는 매우 미숙한 신앙이다.
실제로 많은 신자들이 교회를 인간의 구원을 도모하는 사회단체의 하나로 보고, 그 조직이나 계율이나 활동상황에 더 주목하고, 성직자·수도자들을 주체로 보고 평신자들을 교회활동의 객체로 생각한다. 이리하여 마치 교회단체가 인간을 구원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오늘에도 유일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 교회를 도구로 사용하여 인간을 구원하고 계신다. 다시 말해서 성직자·수도자·평신도 모두가 그리스도께서 구원을 위하여 사용하시는 도구인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예수께서 친히 세우시고 교회공동체가 집전하는 칠성사를 통하여 당신의 구원 은총을 사람드에게 부여함으로써 인간을 구원하신다. 칠성사는 각 성사의 고유한 효과가 다르지만, 모두가 그리스도의 구속사업과 성령의 역사하심을 재현하는 상징적 표현이고, 표지이며, 이 표지들의 효력은 그리스도의 구속공로와 성령의 작용에서 나오는 것이지 결코 인간적으로 완벽한 절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교회를 생각할 때에는 먼저 교회의 교리적 실체를 음미하고 믿으면서 도구적인 외면을 평가해야 한다. 우리가 착실한 신앙생활을 하자면, 먼저 구세주 예수께 전인격을 드어서 집착하고 칠성사 생활에 착실해야 한다. 영세자의 증가에 비해서 견진받는 사람의 수는 적어지고 있으며, 고해자는 격감하고 있고, 정식 혼인성사를 받는 사람보다 관면혼배자가 점증하는 현상은 한국신자들의 신앙생활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신심운동과 사도직활동의 증가가 결코 성사생활의 위축을 보충하거나 대체할 수 없으며, 성사생활의 위축은 복음선포의 쇠퇴를 동반하게 한다.
예수께 대한 신앙이나 성사생활에는 등한하면서 신앙생활의 보조수단에 불과한 여러가지 신심운동이나 사도직 운동에 몰두하는 것은 분명히 본말(本末)을 전도한 것이다. 이러한 본말전도는 교회를 요란하게 할 뿐이지, 교회존재의 목적인 복음선포에는 별반 신통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복음선포의 활성화는 신자들의 성사생활의 발전에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 고침
3월 26일자 정 몬시뇰 글 중 「성직자 수도자들을 교회활동의 객체로 생각한다」에서 「교회활동의」다음에 「주체로 보고 평신자들을 교회활동의」가 누락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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