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 시선 편집위원회」가 편집 발행한 「2000년 한국가톨릭 詩選」이 나와 주목을 끈다. 이 시선집은 가톨릭시인 158명이 2편 내지 3편을 낸 총 248편을 싣고 있어 참가 시인의 숫자로 보나 수록된 시편의 양으로 보나 가톨릭시 사상 하나의 획을 긋고 잇음을 알 수 있다.
1927년 천주가사로부터 인계된 현대 가톨릭시는 일제 강점기에 생활시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가운데 점차 미학과 만남을 성취하면서 광복을 맞게 되었다. 물론 일제 강점기 가톨릭시의 시적 성취는 거의 정지용 개인의 역량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지만 방수용, 이효상, 홍묵성, 기수, 조관호, 최민순 등의 열정을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
광복 이후 한국 가톨릭시는 제1기(1945~1969)와 제2기(1970~1999)로 나눌 수 있는데, 제1기는 구상, 김남조, 홍윤숙, 성찬경 등의 활동이 중심이 되었다. 이번 이 시선집의 특징을 4가지로 보다 구체화 시켜볼 수 있지 않은가 한다.
첫째로 관념의 형상화가 빼어난 점을 들 수 있다. 종교시는 종교와 시라는 형식과의 만남이 원만하지 못할 때 시로서 성립할 수가 없게 된다. 말하자면 가톨릭 신앙과 시의 미학이 사이좋게 손을 잡아야 하는데 대부분 시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수복, 김종철, 권국명, 나기철, 배달순, 신중신, 신중혁, 이유경, 이태수, 이해인, 김현지, 박송죽 등의 시편이 여기 속한다.
둘째로 성찰·통회의 깊이를 드러내 보이는 시가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강계순, 박제천, 신찬식, 유안진, 정희성, 허형만 등의 시편들이 그렇다.
세째로 이제 「대상지향」에서 「의식지향」으로 가톨릭시가 확충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소재주의가 종교시의 경직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본다면 이제 한국의 가톨릭시는 소재에서 메시지를 구하는 소박한 단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가 있다. 강은교, 신달자 등의 시편들이 이에 대해 시사해 준다.
네째로 신앙의 치열성이 「나와 신」과의 「1:1」에서 벗어나 「공동체:신」과의 관계로 정립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도종환, 박노해, 서정윤, 김성훈 등의 시편들이 특히 치열해 보인다. 이런 특징들을 두고 볼 때 가톨릭시는 한국의 시사위에 하나의 대맥으로 자리잡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선집이 계기가 되어 다른 갈래도 정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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