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3월 26일 동예루살렘을 끝으로 일주일간의 역사적인 성지순례 일정을 모두 마쳤다.
교황은 26일 이스라엘 점령 지역인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교와 유다교, 그리스도교 성지를 차례로 방문해 종교간 화해와 평화를 기원했다.
교황은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우려해 삼엄한 경계가 펼쳐진 가운데 3대 이슬람 성지 중 하나로서 창시자인 모하메드가 승천한 곳으로 알려진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이슬람 사원에 도착했다.
교황은 30여분간 사원을 방문한 뒤 곧바로 유다교 최고 성지인 통곡의 벽과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뒤 부활한 장소 위에 건립된 성묘성당을 잇따라 방문했다.
통곡의 벽과 성묘성당은 모두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 지역에 있으며 통곡의 벽은 특히 AD 70년 로마군에 의해 파괴된 제2사원의 일부이다.
교황은 통곡의 벽에서 86개의 계단을 직접 올라 벽 앞에서 기도를 바친 뒤 기도 내용을 남기는 유다 전통에 따라 역사상의 유다인 박해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내용의 기도문을 통곡의 벽 돌틈에 끼워넣기도 했다.
이 기도문은 2주전 용서의 청원 예식에서 사용된 예식서에 수록된 기도문과 같은 내용의 기도문으로서 이에 따라 그 동안 뿌리깊은 역사적 갈등을 겪어온 유다교와 그리스도교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이스라엘 해외교민 담당 장관인 유다교 랍비 마이클 밀치오는 이와 관련해 『교황이 통곡의 벽에서 기도를 했고 통곡의 벽도 교황의 방문을 환영했다』며 『교황의 이번 방문으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에 앞서 중동 성지 순례 엿새째인 25일에는 예수가 성장한 나자렛을 방문해 성모영보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또 닷새째인 24일에는 예수가 산상수훈을 전한 갈리리해 인근의 복음산에서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오전 11시 300여명의 추기경과 대주교, 주교를 포함한 10만여명의 순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집전한 미사에서 젊은이들을 향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강조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귀기울일 것을 호소했다.
교황의 이날 미사는 이번 순례 일정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또 하루 전날인 23일에는 예루살렘의 유다인 학살 기념관 야드 바셈을 방문해 나치 독일이 600만명의 유다인을 학살한데 대해 『그 어떤 말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개탄한다』고 말했다.
2000년 대희년을 맞아 간절하게 성지순례를 염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이번 순방은 중동 지역의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홀로코스트를 교황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일부 유다인들의 불만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방문은 유다교와 이슬람교, 그리스도교간의 화해와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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