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건 무슨 나물이에요?』
『그건, 냉이야. 향기를 맡아보렴. 향긋하지?』
파릇파릇 돋아난 여러 풀들이 신기한 모양이다. 해맑은 웃음을 머금은 아이들은 살랑대는 바람에 나부끼는 나비와 어우러져 이곳저곳 봄나물을 찾아다닌다. 엄마, 아빠랑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무슨 나물인지 이름도 듣고, 열심히 캐는 모습이 자못 진지하기만 하다.
겨우 내내 땅속 깊이 숨어있던 새순들이 고개를 내밀며 움트는 계절.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온 가족들이 봄나물을 캐러 나왔다.
이들은 「푸른 평화」(지도=정홍규 신부) 가족들. 해마다 봄이 되면 여러 산과 들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을 갖는다.
올봄 이들이 찾은 곳은 대구 가창면 채정산(해발 900m)에 자리잡은 「양지한듬」이라는 마을. 이 작은 산골 마을엔 윤상청(모니카)씨가 운영하는 쉼터 「정대 자연의 집」이 있다.
산 아래서부터 나물을 캐며 올라가니 주위에 초가집, 디딜방아도 보이고, 돌담 위로 깨끗하게 단장한 한옥 한 채가 보인다. 집 주위 골짜기에는 30여명의 푸른평화 가족들이 봄나물 캐기에 여념이 없다.
점심시간. 윤모니카씨는 『오늘 이 산에서 무엇을 봤어요』하고 묻는다. 아이들은 『쑥, 냉이, 달래, 나비, 무당벌레, 초가집…』하고 말한다. 또 『누가 우리에게 준 것이죠』하고 묻자 한 아이가 『하느님께서요. 하느님께서 이 세상 모든 것을 만들어 주셨어요』하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푸른 평화」는 생명과 환경보전을 위해 일하며 자연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찾고자 이러한 행사를 갖는다. 단 『나물을 뜯을 때도 먹을 만큼만 뜯고 나머지는 원래 있는 자리에 남겨둬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려는 바람에서다.
자연을 벗삼아 자연 안에서 창조주이신 주님의 사랑을 한껏 체험한 이날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손에는 싱그러운 봄나물들이 저마다 먹을만큼 담겨져 있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 꿈, 희망의 꾸러미를 한아름 안고 내려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산 속 가득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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