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듣고 있어요. 이제야 당신을 마음껏 사랑할 수 있게 됐네요. 주님께서 당신을 이 세상에 붙잡고 계시는 이유는 주님만 알고 계시겠지요. 그렇죠.”
1월 31일 오후 대전 산성동의 한 아파트. 나옥희(잔다크·대전 산성동본당·60)씨가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 임연택(마태오·61)씨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 임씨는 눈이라도 마주치려 애쓰는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내 나씨가 기나긴 투병생활로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남편 임씨의 손을 맞잡고 울먹이며 말했다. “여보, 괜찮지요. 이제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어요. 남은 삶 우리 이렇게라도 못다한 사랑을 나눠요.” 하루 종일 남편 곁에서 간병했던 나씨는 “이렇게라도 남편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제 행복하다”고 했다.
임연택씨는 뇌출혈 증상을 보이고 있던 지난 2009년 6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지난 2003년 뇌졸중이 온 이후 찾아온 두 번째 시련이었다. 아내 나씨는 “남편은 아침에 운동하러 나갔다가 뇌졸중이 와 저녁까지 그 자리에서 도움도 청하지 못하고 방치돼 있었다”고 했다. 나씨가 연락을 받고 경찰서에 도착했을 당시 남편은 이미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후 임씨는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누워 지낸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모든 것을 아내에게 의존해야 한다. 임씨는 오랜 기간 누워 있다 보니 온몸에 욕창이 생겼다. 혈액순환이 안 돼 조금의 충격으로도 임씨의 피부는 멍이 들곤 한다. 아내는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혹여 남편에게 문제가 생길까봐 전전긍긍이다. 나씨는 “잠을 잘 못 이루는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돼 밤을 지새운 적도 많다”고 했다.
현재 이들 부부는 나씨가 벌어들이는 50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간다. 남편 임씨의 욕창치료에 쓰이는 연고비만 50만 원이 든다. 이밖에도 영양식비만 하루 1만8000원, 욕창거즈, 기관지 가래 제거 거즈 등에도 돈이 들어가지만 살 돈이 없어 아껴 쓸 수밖에 없다. 나씨는 “이렇게라도 부부가 살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며 “가난한 이웃 형제자매들이 치료비에 보태 쓰라고 돈을 쥐어주실 때면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나씨가 힘없이 늘어진 남편의 손과 다리를 주무르며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남편의 손을 그의 가슴에 놓았다. “여보, 당신은 비록 다시는 걸을 수도 없고 누워서 눈만 깜박거리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젠 함께할 수 있잖아요. 그동안 가정을 위해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부부를 쉬게 해주려고 주님께서 배려해주신 것 같아요.”
※도움 주실 분 702-04-107881 우리은행, 703-01-360446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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