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당을 돌아보면 본당 이전이란 큰일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습니다. 본당 이전을 추진하면서 발생했던 35억 원의 부채도 말끔히 정리가 된 상태입니다. 2년 넘게 이전을 추진하면서 본당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일과 갈등도 많았지만 교우분들이 마음 모아 기도하고 지혜를 모으고 하나 된 모습으로 묵묵히 봉사를 해주셨기에 어려움을 잘 헤쳐 나올 수 있었습니다.
기도와 물질적 봉헌으로 힘을 보탰고, 육체적 봉사를 마다하지 않고 이삿짐을 나르고, 공사 현장을 누비며 몇 날 며칠을 먼지 속에서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명절 휴가, 여름휴가, 가족들과의 오붓한 시간 다 반납하고 이 일에 매달렸습니다. 우리 본오동 공동체의 단결력과 일치된 힘을 볼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주님께 감사 드리고 함께 기쁨을 나누고 서로 축하를 했으면 합니다.
이제 우리가 조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부분은 그리스도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언제나 잊지 말고 우선 되어야 할 본당 복음화 사업입니다. 성전 신축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목적은 하느님을 만나고 기도하고 친교를 나누며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인의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본당 이전 때문에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합니다. 그저 앉아서 스스로 찾아오는 입교자들만 바라보는 소극적 전교를 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또한 가난하고 병중에 있거나 외로운 우리 형제자매를 얼마나 만나고 찾았는지, 가진 것을 나누는데 인색하진 않았는지 살펴야 합니다. 주님 안에 한 형제자매가 병들어 아파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고통스러워할 때 성전을 신축한다고 그들을 소홀히하였다면 교회의 주요 의무를 외면한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위로가 되어주고 쉼터가 되어 주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무엇보다도 본당 공동체 안에 교우들끼리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고 사랑했는지, 서로 반목하고 다투어 교회를 멀리하고 소외된 형제자매는 없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진정 우리가 주님 안에 한 형제자매라면 먼저 마음을 열어 화해를 청해야 합니다. 화해가 있어야 주님의 제단에 올바른 기도와 제물을 드릴 수 있습니다. 성전을 아무리 크고 훌륭하게 꾸민들 그 안에 담아야할 공동체가 복음이 없다면, 사랑이 없다면, 용서와 화해가 없다면 그것은 진정 주님께서 원하시는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이제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다듬고 우리 본오동 공동체에 바라시는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잘 살펴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일치하고 주님을 전하는 공동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체, 화해하고 일치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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