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양민을 학살한 제주 4·3에서 인간존재의 밑바락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비참하고 고통스러웠죠. 하지만 절망의 끝은 곧 부활의 시작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통일이 되는 그날, 4·3의 아픔은 치유될 것입니다』
98년 6월부터 교회 월간지 「야곱의 우물」에 4·3을 주제로 한 소설 「백록담 연가」를 연재해온 소설가 노순자(젬마)씨가 최근 이 작품을 탈고했다. 원고지 1100매 분량으로, 치욕의 역사를 끌어안을 때 진정한 부활과 해방을 맛볼 수 있음을 말하는 이 소설은 아직 많은 이에게 생소한 4·3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자를 20대 젊은이로 설정해 청년들의 역사의식을 촉구하기도.
『「야곱의 우물」취재차 제주에 갔을 때 많은 신부님들이 「4·3에 관한 소설을 집필해 이 사건을 널리 알리고 역사 앞에서 정당하게 평가받게 해 달라」고 당부하셨어요. 그 때까지도 4·3은 제게 생소했고 이미 거창양민학살에 관한 소설을 썼던 터라 비극적인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알고 사양했죠. 하지만 4·3이 양민학살의 원형이라고 생각했기에 힘든 작업이지만 해야한다고 결심했습니다』
노씨는 자료조사를 위해 바쁜 일상을 떨구고 틈만 나면 제주도를 답사했다. 다랑쉬굴, 함덕, 하귀 등 제주 곳곳의 학살터에서 시대를 넘어서 전해지는 아픔을 확인하는 작업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던 일. 아름다운 풍광의 제주는 더 이상 낙원의 꿈을 간직한 곳이 아니었다.
그는 또 기초 조사를 위해 「4·3은 말한다(제민일보)」와 4·3연구소의 증언자 구술록 등 각종 자료를 숙독했고 제주 방언의 「통역사」와 동행하며 학살 목격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 들었다.
『4·3의 시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4·3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아직도 4월 3일에는 군경과 유격재의 피해자 후손들이 기념식을 각각 거행합니다. 우리의 고난한 민족사가 4·3에 응축돼 있습니다』
분단문제로 시작된 이 사건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통일」이라고 생각하는 노씨는 문규현 신부의 방북과 통일운동을 모델로 하는 「통일소설」 집필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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