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돈암동본당 조복경(마리아)씨는 올해 75세. 20여년전 습작으로 시작한 펜화 작업은 성서읽기와 함께 그의 하루 일상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제 거의 1천여점에 달하는 그의 작품은 먹물과 펜을 이용한 에칭기법의 그림들. 9년여전 고혈압으로 쓰러져 오른쪽 손발을 쓰지 못하는 어려움 가운데서도 그의 그림작업은 요즘도 변함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왼손을 사용하게 된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조씨의 그림 전체 주제 배경은 「하느님」「복음」에 대한 친미다. 마치 시편 150편에 나오는 「세상아 주님을 찬미하라」는 노래처럼.
이같은 조씨의 작품 열성이 오는 6월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평화화랑에서 첫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이에앞서 5월경 시화집도 출간된다.
조씨의 돈독한 신앙과 그림에 대한 열정도 열정이지만 이번 전시회 개회, 시화집 출간 이면에는 남편 김종하(요셉·83) 화백의 외조가 빠질 수 없는 이야기로 자리잡고 있다.
교구청을 찾아 평화화랑 책임자인 정웅모 신부를 만나고 전시회 개최를 구체화 시킨 것이 바로 김화백이었다. 슬하에 자녀도 없이 홀홀 두 내외뿐인 처지에서 「남아있는 나날」중 조할머니의 전시회를 마련할 이는 김화백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김화백은 젊은 시절 20년을 파리에서 보냈고 이태리 스페인 등지에서 고전 회화와 환상적 회화를 연구했으며 초현실주의 화풍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원로화가다. 국내와 유럽에서 1백여차례 전시활동을 했고 운보 김기창 화백과도 절친한 친구다.
부인 조씨가 그림을 시작하게 된것도 김화백 곁에서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지의 유럽 미술사 현장을 접한 것이 큰 계기였다.
처음 김화백은 조씨가 그림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자 일기장에 일기와 함께 그려볼 것을 권했고 그같은 그림속에 드러난 조씨의 재능을 눈여겨 보면서 본격적인 그림작업에 나설 것을 권했다.
조씨의 그림을 접한 이들은 특히 그의 화법(畵法)이 매우 독특하며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작품들 가운데서도 유사한 예는 없는 것 같다』고 평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화단에 조씨의 그림을 소개. 『매우 독창적』이라는 호응을 얻었다고 전하는 김화백. 그는 조씨 그림에 나타나는 상징들을 일일이 기록, 변화과정을 세세히 체크하는 든든한 선배작가이기도 하다.
조씨는 『나의 그림은 성서를 통한 묵상과 영감에서 나오기 때문에 펜을 쥐기 전에는 어떤 그림이 될지 내 사진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기도가운데 그림의 영감을 얻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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