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원시교회와 사도들의 활동
4) 사도 성요한
사도 성 요한의 시대에 뻬르가모는 비록 중심 도시는 아니었으나 지방장관은 그 곳에서 정기적으로 재판을 하여 판결을 내렸다. 그는 칼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날카로운 쌍날칼을 가지신 분』이란 표현은 그리스도인들을 재판하여 참수형을 내린 로마의 지방장관과 대주를 이룬다. 그분은 나중에 그들을 벌하시고 당신의 제자들을 들어 높이실 것이다. 따라서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은 높은 좌석에 앉아 심판할 권한을 받게 된다(참조, 묵시 20,4).
순교할만한 강건한 믿을을 가진 뻬르가모교회의 신도들도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 중 어떤 이들이 니골라오파의 가르침을 쫓아 이스라엘 자손을 죄짓게 한 발람의 가르침을 따랐다는 것이다. 발람의 가르침은 민수기 22~24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음란한 행동을 일삼았으며 우상에게 바쳣던 제물을 먹게 하여 이스라엘 후손들을 죄짓게 한 사악한 무리였다. 발람과 발락은 이스라엘인들을 충동질하여 모압인들과 혼인을 하게 하고 그들의 신들을 섬기게 하였다(민수 31,16).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먹게 한 이들이 뻬르가모의 신도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충동질 한 듯하다(참조. 1고린 8~10장).
전체적인 흐름은 이런 맥락에서 전대되고 있는데, 과연 그리스도인들은 시장에서 그리스-로마 또은 아시아계 신들에게 바쳐진 고기를 사서 먹지 않았는가? 또는 그리스도인들이 비신자들과 함께 저녁 만찬에 참여하지 않았는가? (만찬에 나온 음식은 먼저 우상에게 바쳐진 다음 손님들에게 제공되었음) 또는 그리스도인들이 이교인 성전에서 자리를 함께 하거나 그들과 더불어 이교 신들에게 찬미를 드릴 수 있었는가? 문제의 핵심은 종교적이며 문화적인 타협이나 동화이다.
그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수적으로 열세였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거절하고 수용하느냐가 그 교회의 일부 신자들에게 문제가 되었을 것이며 그런 갈증 속에 어느 정도 우상숭배가 그 교회 안에 침투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날카로운 쌍칼날을 가지신 분은 타협을 원하지 않으신다. 그분은 이 세상에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오셨다(마태 10,34). 부활하신 그분을 근본적으로 추종하며 모방하기를 원하는 자는 오로지 그분께만 충성을 바칠 뿐이다.
또 이 교회의 일부 신도들에게 문제가 된 것은 성적인 타락이었다. 성적인 타락은 성서의 여러 곳에서 하느님의 노여움의 대상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소돔과 고모라이다. 한편 성적인 타락은 자의적인 해석보다는 우상숭배로 볼 수도 있다(참조. 14,817, 2..4 18, 3. 919,2). 묵시록에서는 단 한 곳에만 자의적으로 언급되어 있으나 이 또한 우상숭배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19,20).
사도 성 바울로는 하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하는 범주에 성적인 타락과 우상숭배를 같이 놓고 이를 행하는 자를 사악한 자라고 칭하였다. 『음란한 자나 우상을 숭배하는 자나 간음하는 자나 여색을 탐하는 자나 남색을 탐하는 자나 약탈하는 자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1고린 6,9~10). 사실 고린토 교회의 경우 여신 아프로디테의 신전은 신전매창(神殿賣娼)이 성행하는 유흥 음란의 장소였던 것이다.
띠아디라 교회(2,18-29)
띠아디라는 소아시아의 뻬르가모와 동남쪽 사르디스 사이에 있던 도시로서 사도행전 16,44에 나오는 옷감 장수 리디아라는 여신도의 고향이기도 하다.
현재 터어키 성읍 아키사르이며 비옥한 평원에 위치하고 있어 뻬르가모와 간선 도로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시이아 왕 셀레우코스 1세에 의해 세워져 뻬르가모 왕국의 지배를 받다가 로마의 식민지가 되어 로마의 평화 시대에는 중요한 통상로를 이용하여 상공업 도시로 발전하였다. 이 도시는 은세공, 피혁 가공, 염색, 아마포 등의 업자들이 동업 조합을 조직하여 뛰어난 경영을 하고 있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관점에서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이 동업조합의 회합이 신전에서 이루어진 데 있었던 것 같다. 그 조합에 가입된 신도들도 자연스럽게 이교 희생제사와 관련되어 엄밀하게는 부도덕한 관습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성서 본문에 따르면 이 도시의 그리스도인들은 사랑과 믿음과 봉사와 인내의 장점을 지니고 있었으며 처음보다 나중에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공동체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으니, 그것은 악녀이자 탕녀인 이세벨이라는 여성을 수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세벨은 그 공동체에서 사도 성 요한의 가르침을 방해하는 인물로서 두 사람 사이에는 예형론적 관계가 드러나 있다.
이세벨은 이스라엘의 왕 아합과 혼인한 시돈 임금의 딸(1열왕 16,31)로서 가나안 여인이며 스스로 예언자로 자처하면서 바알 숭배를 지지하였다. 그녀는 그 교회의 일부 신도들을 미혹시켜 성적으로 타락하게 하고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먹게 하였다. 그녀의 가르침은 발람의 가르침(묵시 2,14)과 비숫한 것으로서 『사탄의 비밀』을 일부 신도들에게 전수하였다. 사탄의 비밀이란 여러 가지로 볼 수 있으나, 성서 본문에는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먹는 것과 성적인 죄악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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