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가장 큰 대륙으로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포용하고 있고 세계 주요 종교의 요람인 아시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99년 11월 6일 인도 뉴델리에서 98년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를 총 결산하는 후속문헌을 통해 「첫번째 천년기에는 십자가가 유럽땅에 세워졌고 두번째 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땅에 세워졌던 것처럼 그리스도교의 세번째 천년기에는 아시아의 광활하고 활기찬 대육에서 크나큰 신앙의 수확이 거둬질 것」이라고 삼천년기 아시아교회가 지니고 있는 역량을 천명한 바 있다.
새로운 천년기가 시작되고 대희년을 맞고 있는 지금 아시아교회는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하고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방안들은 어떻게 마련돼야 할 것인가. 또 경제적 번영과 빈곤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고 인권유린 차별 착취 비곤 여성문제 등을 안고 있는 가운데 정의 평화 촉진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가해야 할 것인가.
본지는 창간 73주년을 맞아 「아시아의 석학과의 대담」을 마련, 이에 대해 논의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대담 요청에 기꺼이 응해준 장춘신(張春申) 신부(71·예수회)는 대만교회 대표적 신학자로서 현재 보인대학교 신학과 조직신학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장신부는 국내에 번역 소개된 「하늘과 사람은 하나다-중국적 신학의 초석」(분도출판사 아시아신학 6)등을 통해 끊임없이 동양사상과 가톨릭 신학과의 접목 작업을 시도해온 신학자다.
장신부는 서면으로 이루어진 대담을 통해 「아시아교회의 새천년기 복음화는 수적인 증가가 아니라 하느님이 요구하시는 평화, 정의, 사랑을 사회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학적인 면에서의 토착화와 함께 사회안에서의 토착화가 중요하다」고 피력하고 「사람과 사람, 단체와 단체, 특히 있는 이와 없는 이 사이의 간격와 충돌 속에서 가톨리시즘을 구현,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 때 토착화는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회교 불교 등 대종교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다종교 사회인 아시아에서 가톨릭은 인구의 3%에도 못미치는 열세를 보이고 있고 그런면에서 복음화를 고려할 때 특별한 어려움을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 안에서 새로운 천년기 아시아교회가 가질 수 있는 비전은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세례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복음화의 길, 즉 전교의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입교를 시키고 세례를 받도록 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평화와 희망을 전해주고 생활 속에서 완전한 인간성의 실현을 도와주는 것도 전교입니다.
예수님게서도 복음을 유다인들에게 전하실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특정한 형태의 한계는 갖지 않으셨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하느님 나라의 오심」을 전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하느님 나라는 상당히 범위가 넓은 개념이지만 그 표지로써 드러날 수 있습니다.
즉 하느님이 원하시는 사랑, 하느님이 원하시는 정의, 하느님이 원하시는 평화, 그리고 사람사이에서 이러한 것들이 실천될 때 실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아시아교회는 복음화의 희망, 비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희망은 영세자의 수적인 증가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세상사람들이 우리 교회와 신자들을 얼마나 받아들이는가, 우리가 얘기하는 가치관과 복음의 이상들을 얼마나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을 통해 세상 속에서의 하느님 나라 실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교회가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어떻게 삶 안에서 구현하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하지 3%의 백분율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하느님이 요구하시는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며 열심히 살 때 우리에게는 복음화의 희망이 있습니다.
- 아시아의 종교적 문화적 상황을 비추어 볼 때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복음화의 방법적인 면, 즉 구원의 기쁜 소식을 왜 선포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선포하느냐의 문제라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권고 「아시아교회」를 통해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에 대한 해답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난한 사람에 대한 투신 중요
제가 알기로 아시아 내 많은 교회들이 복음화의 방법적인 면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문화적 접근, 타종교와의 대화, 빈민들에 대한 투신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문화적 접근은 각 지역문화 안의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를 배우고 어떻게 그들과 「왕래」할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또한 타종교와의 대화는 우리가 그들과 어떻게 같이 살아갈 것인가를 배우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교회의 투신이라고 봅니다.
이 세가지 방법들은 대화를 통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대화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며 공통 관심과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것들을 찾아나가는 작업입니다. 이것은 하느님 나라가 우리에게 오심을 의미하고 그 지역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며 문화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아시아교회 안에서 이미 그 중요성이 논의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잊지말아야 할 것은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 아시아 복음화를 얘기할 때 토착화는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토착화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토착화는 문화, 신학, 전례의 문제
토착화 문제는 곧 문화의 문제입니다. 즉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통교」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두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복음적 가치관으로 지역 문화 속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함께 행동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을 복음화 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먼저 그들의 경험 가치 의의를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곧 지역사회의 진 선 미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우리 자신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전례와 신학에서의 토착화입니다. 동남아교회 전례모습을 살펴보면 아직 토착화의 모습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한국신학」「대만신학」이라고 이렇다 해서 내세울 것이 있습니까? 그런면에서 먼저 신학적인 면에서의 토착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에앞서 중요한 것은 사회내적인 문제입니다. 세상안에서 사람들과 사회와 함께 부딪치고 아픔을 함께 하면서 그리스도의 가치관으로 그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토착화입니다.
지역문화, 지역문제들안에서 가톨리시금을 구현하려고 노력할 때 그들의 문화, 그들의 문제는 곧 교회의 것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당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 아직도 아시아 여러나라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거부되고 있고 체계적으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복음화 측면에서 매우 큰 걸림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볼 때 아시아내에서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시아 안에서 종교간 갈등은 상대적으로 그리 심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포용력도 있습니다. 종교간 대화의 목적은 서로 이해하고 경험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요성은 서로 같이 더 좋은 것을 위해 일하고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나아가 사실적인 어떤 것들을 풍부히 제공하기 위해 일함으로써 드러납니다. 곧 사람이 지향해야할 최후의 의미 목적을 찾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로 보면 종교간 대화는 인간 최후의 목적 의미를 대화를 통해 같이 나누고 경험 지식 방법 등을 나누는 것입니다. 같이 노력해서 더 좋은 사람과 사람, 또 사회를 만들고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 현재 아시아는 인권유린 차별 착취 빈곤 여성문제 등 산재한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아시아 교회의 인권옹호 정의 평화 촉진의 노력은 포기할 수 없는 몫일 것 같습니다.
교회는 억압 부패 부정이 있는 사회에 대해 정의로 이야기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의를 이야기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박해 억압 불이익과 같은 결과를 감수해야 합니다 교회는 이런 기회를 양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이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백성들의 교회가 되기를 결심해야 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도를 닮을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정의 평화 노력은 상당히 고무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회는 분명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 한국교회,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떠십니까. 아시아 교회 안에서 한국교회가 맡아야 할 몫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교회, 실패사례 되돌아 볼 때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한국의 신자들은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을 살고 실천하고 선포함으로써 사회를 바꾸고 있습니까? 신자들의 쇄신은 성직자들의 쇄신보다 중요합니다. 복음을 산다는 것은 각 신분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평신도들은 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이 사명을 완수해야 합니다. 평신도들이 사회속에서 복음을 살고 그로 인해 사회가 변화된 성공적인 사례는 미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교회 평신도들의 대사회적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그같은 모습은 미국교회가 생겨날 당시 신자교육을 우선 순위로 두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교회 안에서도 같은 가능성을 봅니다 신자들을 통한 한국교회 미래의 가능성은 평신도에 의해 설립되었던 교회 특성에서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한국교회는 21세기가 열린 시점에서 「자신감」「괄목할 만한 성장」등과 같은 긍정적인 면들만 볼것이 아니라 거울 속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춰보고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깁니다. 교회가 세상안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고 있으며 무엇이 필요한지, 또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이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는지 등등 입니다. 만일 어떤 경우에 있어 실패한 사례가 있다면 그 원인을 묻고 이것을 다른 지역교회와 나누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역사회 복음화」의 의미가 함께 성장하는데 잇듯이 아시아 교회들 역시 서로 성숙해지려면 서로의 단점들, 실패 사례 등을 같이 나누어야 합니다. 같이 나누고 토론할 때 진보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저희 신문은 올해로 창간 73돌을 맞았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권고 「아시아교회」에서 가톨릭 매스컴들은 소수의 가톨릭 신자들의 신원의식을 유지 육성하고 가톨릭의 도덕원리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창간 73돌을 맞는 저희 신문 및 아시아교회 가톨릭 매스컴들의 역할에 대해 교수님의 의견을 들려주십시오.
매스컴은 지역민의 목소리 대변해야
매스컴은 하나의 새로운 무대,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무대이죠. 여기엔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이 필요하고 자금 역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갖추어질 때 무대에 올릴 어떤 것들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여기서 살펴야 할 것은 무대에 올려지는 소식의 가치 문제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따라 신자 뿐만 아니라 많은 청중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 매스컴은 지역 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들과 하나되어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대신해서 이야기 해줄 것들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보다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은 지역 안에서 갖는 정체(整體)적 교향의 역할과 整體)적 계획수립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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