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안이 가톨릭신문과 맺은 인연이 올해 73년입니다. 신문이 창가되자마자 인연을 맺었으니 신문의 나이와 똑같지요』
20대 초반부터 구독했으니 근 50년. 장기독자 중의 장기독자이다.
올해 70세의 독자 송윤섭(모이세)씨는 신문을 직접 취재, 편집, 제작하는 기자들보다 더 꼼꼼하고 정성을 들여 기사 한자 한자를 읽는다. 기자들이 불성실하게 기자를 쓸 수 없게 하는 독자 중 한 사람이다.
송씨가 가톨릭신문에 들이는 정성은 남다르다. 50여년 정독했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무엇보다 집안의 내력이 신문에 깃들여있기 때문이다.
그 첫 인연이 바로 1927년 4월 1일 신문이 창간된지 넉달 후인 8월 1일 맺어졌다. 「목포 천주교친목총회」소식에 들어있는 숙부 「송창권」이름 석자가 그 출발이다. 이태 후인 1929년 9월 1일 송두만옹이 제주교구 신자 대표로 신문에 이름이 올랐고 이듬해 1930년 7월 1일에는 일본에 유학 중이던 맏형 송성섭씨가 「재일본 조선공교 신우회」임원으로 소개됐다. 그후로 일제시대에만 여러 차례 집안의 내력을 알 수 있는 소식들이 신문에 소개됐다.
『누가 한국교회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가톨릭 신문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지요., 참으로 고마운 신문입니다』
송씨는 원래 1920년대말부터 1936년까지 제주본당의 본당회장을 맡았던 부친의 기록을 찾고자 했었다. 때문에 1982년 10월에 발행한 「가톨릭신문 영인본」1~6권을 당시로서는 꽤 고가를 주고 샀다. 돋보기를 들고 틈나는대로 신문을 살피던 송씨는 집안 어른들의 기록을 발견하면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나 자신이 태어나기 전 부친 이름이 신문에 게재된 것을 발견하고는 뛸 듯이 기뻤다.
맏형이 일본에서 「청년에게 고함」이라는 시국강연을 하려다 일본 경찰에 의해 제재된 소식(1930년 8월 1일자)은 단순히 집안 만이 아니라 당시 조선이 겪은 고초를 보여주는 것 같아 숙연하기도 했다.
인연은 신문 자체로만 맺어진 것이 아니다. 1987년 창간 60주년을 맞아 신문사가 발행한 「드망즈 주교 일기」는 1920년 1월 로마 우르바노 대학교에 대구대교구로서는 최초의 로마 유학생인 전 아오스딩 신학생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송씨는 기쁜 마음에 외사촌형인 전 신학생에 대해 신문에 투고했고 로마에서 신문을 읽은 한 은인이 로마에서 그의 무덤을 찾아냇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이에 앞서 1950년 11월 10일자에는 사촌형 송경섭씨의 기사가 실렸다. 「양을 위해 희생된 거룩한 목자」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젊은 나이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청년 활동의 구심점으로 활동하던 청년회 부회장 송경섭씨가 다른 4명의 회장들과 함께 같은 시기에 북한 공산군에 의해 납치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후 여러 차례 관련 기사가 다시 보도됐고 마침내 대희년을 맞아 교황청이 발표하는 20세기 「신앙의 증인」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역시 가톨릭신문을 통해 전해졌다. 그외에도 송씨의 외가쪽으로 제주 신축교난때 희생된 외조부 김종필, 외삼촌 김권삼·철상, 이모부 전태옥 등 4명이 함께 명단에 포함돼 있다.
그야말로 가톨릭신문은 송씨로 하여금 집안 어른들의 살아있는 신앙의 내력을 발견할 수 있는 보고(寶庫)였다. 송씨는 지난해 9월 김대건 신부의 흔적을 뛰따라 가는 제주교구와 본사가 공동주최한 라파엘호 해상 순례에도 따라나섰고 그 소감을 신문에 투고하기도 했다.
『가톨릭신문을 통해 저희 집안의 내력 뿐만 아니라 그분들의 신앙과 삶을 통해 한국교회의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보고 느낍니다. 73년의 가톨릭신문 역사는 한국교회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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