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당신이 이루신 일을 기뻐하시리라(시편 104).
여러 모로 부족하기 그지없는 제가 수원교구의 보좌주교 임명을 받고 이렇게 존경하는 교구민들에게 인사드립니다.
저는 짧은 기간의 본당 주임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사제양성에 전념하였습니다. 안식년을 맞이하여 학문과 영적 성숙 등에 대한 여러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던 중에 주님과 교회의 놀라운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코린토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약했으며, 두렵고 또 무척 떨렸습니다’(1코린 2,3)라고 고백한 심정이 지금 저의 처지가 되었습니다.
저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위로를 받습니다. 방황하던 성인께서는 33세라는 늦은 나이에 세례를 받은 후 모든 부귀영화를 뒤로하고 고향 타가스테로 돌아와 복음적 열정을 불태우셨습니다. 성인께서는 수도원을 건설하여 일생 평범한 수도자로 그곳에서 지낼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히포의 주교 발레리우스의 눈에 띄어 그 교구의 사제로 37세에 서품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나의 뜻은 수도원에 있었지만, 지금부터 나는 나를 이렇게 부르신 하느님의 뜻을 찾아 볼 것이다”라는 아름다운 고백을 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제가 맡게 될 소임을 생각하면 여전히 두렵습니다. 그러나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주님께 맡기며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라며 격려와 용기를 주신 교구장 말씀에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의 부족함을 널리 이해하며 이끌어 주셨던 존경하는 선후배, 동료 사제들이 계시기에 저에게 맡겨진 소명을 성실히 수행할 용기를 얻습니다. 끊임없이 저와 교구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사랑하는 교우님들의 희생과 봉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사도직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주님의 도우심과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며 한 발 한 발 앞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겠습니다. 교구장님의 ‘그리스도 안에서의 일치’란 사목 표어를 바라보면서, 교구의 일치와 화합을 이루기 위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도구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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