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삶을 따라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던 한 학자(사제)가 이제 진정 성인의 영성을 실천할 수 있는 길 앞에 섰다.
수원교구 새 보좌주교로 임명된 이성효 주교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영성을 갈망하던 ‘학자’였다. 보좌주교 임명 다음날인 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이 주교는 주교 임명 발표 후 자신이 그토록 닮고 싶었던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처럼 살겠다고 다시금 다짐했다. 다음은 이 주교와의 일문일답.
- 주교 임명 소식을 들었을 당시 소감 한 말씀 해주십시오.
▲ 안식년을 보내며 개인적인 연구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임명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진공상태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코린토 전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처음 코린토인들에게 다가갔을 때, ‘나는 약했고, 두렵고, 몹시 떨렸습니다’라고 했던 것처럼, 저도 임명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의 약함 때문에 매우 두렵고 떨렸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가 수도원을 건설하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살겠다고 결심했던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갑작스레 사제품을 받게 됐을 때 ‘이 서품에 감춰진 하느님의 뜻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고백했던 것처럼 나도 그 말을 통해 큰 위로를 얻고 한 걸음 한 걸음씩 감히 이 길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 주교 임명 후 오늘(8일) 하루를 지내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 오늘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전임 교구장이신 최덕기 주교님을 만나 뵌 것입니다. 최 주교님께서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최 주교님께서 지금도 교구에 필요한 일들을 항상 생각하고 계신다는 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저 또한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렸던 그대로 내일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그런 사제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 오랫동안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사제의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지나간 사제 생활을 반추해볼 때 가장 힘든 일과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 가장 힘든 때는 신학교에서 신학생들의 성소를 심의하는 시간입니다. 하느님이 저 학생을 부르셨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에게 주어진 직분 때문에 학생에 대한 평가를 내려야만 했으니까요. 부족한 내가 어떻게 그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신학생들과 잘 지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만은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수원신학교는 수원교구, 춘천교구, 원주교구 세 개 교구 신학생들과 수도원, 한국외방선교회 신학생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 학생들이 소정의 교육을 잘 이수하고 사제로 서품되었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사제로 교수로 살아오시면서 삶의 지향이나 좌우명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고백록에 ‘너를 던져라, 너를 던져라, 좋으신 하느님께 왜 너를 던지지 못하느냐’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좋으신 하느님께 자신을 그냥 던져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딱히 좌우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의미들이 알게 모르게 저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어려움이 닥치면 그 어려움에 저를 그냥 던져버리는 생활이 제 안에 쌓이게 됐어요.
-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과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지요?
▲ 파리에서 박사학위 준비할 때 교구장 주교님께서 안식년 차 프랑스에 오셨습니다. 그때 룩셈부르크 공원을 함께 다니며 음식을 나누는 등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 수원교구는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는 수원교구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 교구 설정 50주년을 위한 준비 작업은 미래정책, 기념사업, 기획홍보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위원회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각 위원회가 교구 설정 50주년까지 잘 나아갈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 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보좌주교로서 앞으로 교구장 주교님을 보필해 교구 사제들과 교구민의 중개자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 기대합니다. 어떤 모습의 중개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 우리 중에 중개자는 하느님 한 분뿐이시기에 꼭 중개할 일이 생긴다면 저는 더 많은 것을 주님께 말씀 드릴 생각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하느님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하느님께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라’고 한 것처럼 중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에 대해 말하기보다 하느님께 말을 많이 하는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주교님께서는 한국교부학연구회 창립 회원으로서 지금까지 교부학 연구에 매진해오셨습니다. 앞으로도 한국교부학연구회 활동을 계속 하실 계획이신가요.
▲ 이제 교구 일에 더욱 투신해야죠.
- 교부학을 연구하는 것이 사제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꾸만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을 흉내 내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저에게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다가올 수 있도록 저를 지도해주신 두 분 교수신부님이 계신데 조셉 볼렌스키 신부님, 굴벤 마덱 신부님이십니다. 그분들이 저에게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처럼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주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살면서 상대를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도 두 분의 가르침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주교님께서는 수원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장을 역임하시면서 평신도 교육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갖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평신도 교육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 평생교육원 졸업생이 500명이 넘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중 그 정도 인원이면 엄청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청소년 교육과 관련해 지금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교리교육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입니다. 지금은 주일학교 교사들이 대부분 본당 대학생들이기 때문에 교리 전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평생교육원 졸업생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제자(신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어려움이 있더라도 열심히 신학 안으로 뛰어들고, 그 안에서 하느님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그런 이들이 되길 바랍니다. 한 번이라도 예수님을 만나면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신학생들이 그렇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 끝으로 보좌주교 탄생을 위해 기도해준 많은 교구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 특히 사제성화의 해 기간 동안 교구민들이 사제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기도를 해 주셨는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회를 통해 사제를 위해 기도와 희생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더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저는 한 명의 그리스도인입니다. 여러분을 위해서 저는 주교입니다’라는 말씀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일생을 통해 여러분을 위한 주교로 사셨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모습을 본받아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처럼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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