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니콜라오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유래가 된 성인이라고 한다. 산타클로스라는 친근함 때문인지 서양에서는 이 이름을 가진 남자가 유독 많다. 산타클로스의 전통은 네덜란드 신교도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미국으로 이민한 네덜란드인들이 이를 대중화시켰다는 설이 있다.
성 니콜라오는 270년 경 소아시아 리치아 지방의 파타라에서 출생하여 341년까지 살았다. 니콜라오는 원래 소아시아 미라의 주교였으나 오늘날 그의 유해는 이탈리아 남부의 바리대성당에 모셔져 있다. 미라가 사라센족의 침략을 받자 1087년 이탈리아의 상인들이 성인의 유해를 바리로 옮겨 온 후 유해를 모실 성당을 지은 것이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널리 알려진 바리대성당이다. 교황 우르바노 2세가 성 니콜라오의 유해 안장식에 참석했으며, 이후 그곳은 성인을 공경하는 순례자들의 성지가 되었다.
니콜라오 성인은 특별히 흥미로운 일화를 많이 남기고 있으며 일화와 관련된 성화도 다수 전해지고 있다. 성인의 일화는 크게 두 개의 원전에서 유래한다. 하나는 9세기에 살았던 콘스탄티노플의 총주교 성 메토디오(847년 선종)가 쓴 것으로 그의 작품은 니콜라오 성인에 관한 이야기를 집대성한 최초의 작품이며, 다른 하나는 13세기에 출간된 「황금전설」이다.
금주머니 자선
성 니콜라오는 태어나자마자 목욕통에서 벌떡 일어섰으며 유아 때부터 신앙심이 강하여 엄마의 젖을 수요일과 금요일에만 빨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좀 황당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화가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소재여서 이 일화를 그린 그림들이 전해진다.
니콜라오의 부모는 성인에게 많은 유산을 남겨둔 채 성인이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자선사업에 썼다고 하는데 그가 베푼 자선에 관한 일화 중에 가난한 처녀를 도와준 금주머니 이야기가 있다.
성인의 고향 파타라에 한 농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 사람에게는 딸이 셋 있었다. 농부는 딸들을 시집보낼 지참금이 없자 세 딸을 창녀로 팔아넘기려 했다. 이를 알게 된 니콜라오는 삼일 밤 연속 그녀들이 사는 집 창으로 금주머니를 던져줬는데, 세 번째 되는 날에는 이를 수상하게 여긴 딸들의 아버지에게 들키고 말았다. 물론 성인의 도움으로 세 딸은 창녀가 될 뻔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15세기의 수도원장이자 화가였던 베아토 안젤리코는 하나의 그림 속에 왼편에는 성인이 태어나자마자 벌떡 섰다는 일화를, 중앙에는 니콜라오가 아이일 때에 길거리에서 주교의 설교를 감동적으로 듣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화면 오른편에는 니콜라오가 농부의 집에 금 주머니를 넣어 주는 장면을 모두 그려 넣었다. 한 작품에 성인의 유아시절 기적부터 성년이 된 시절의 자선 행위까지 종합하여 그린 것으로 시공을 초월한 전형적인 초현실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장면 하나 하나는 대단히 현실적이다. 그 중에서 오른쪽 부분을 보면 세 딸이 고이 잠들어 있는 침실에 아버지가 쭈그리고 앉아 졸고 있다. 집 밖에서 까치발을 하고 창문에 금이 든 주머니를 넣어주고 있는 니콜라오의 모습이 정겹다. 격자 모양의 쇠 창틀, 세 딸이 고이 잠들어 있는 실내, 동시대인들을 연상시키는 등장인물들의 의상, 이층의 나무 걸게 위에 빨래를 걸쳐 놓은 광경 등은 15세기 초 피렌체의 주택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성 니콜라오의 이야기가 마치 화가가 살았던 시대에 발생한 것처럼 눈 앞에서 실감나게 펼쳐지고 있다. 다만 낮과 밤의 구분을 하지 않은 것은 옥에 티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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