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의 개혁을 가져다 주었고, 그 후에 나온 교회의 예식서들을 새롭게 꾸미는데 기준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고해성사의 예식서도 1972년 전례 개혁과 함께 나오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고해성사의 근본정신을 잘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고해성사는 하느님과 인간을 화해시키는 것이며, 이 성사의 근본적인 영성에는 다음의 세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첫째로 고해성사는 하느님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생겨난 성사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고, 당신께서 가지신 사랑으로 인류를 잘 살도록 만드셨는데 인류는 그 하느님을 배반한 것입니다. 세상을 살며 고통을 받고 있는 인류를 하느님께서는 계속적으로 용서하셨습니다. 인류 구원사는 하느님의 용서의 역사이며,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보이신 자비의 역사입니다. 바로 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이 고해성사의 이니셔티브가 된 것입니다.
둘째로, 고해성사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의해 결정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자비하신 하느님의 얼굴을 인류에게 완전하게 드러낸 커다란 사건이며, 이것 이상 더 완전한 사랑의 계시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는 구원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며, 드디어 인간도 하느님께 예수님을 통해서 원하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죄의 용서에 대한 청원도 말씀 드릴 수가 있으며, 실제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인간의 죄를 용서하는 구원의 유일한 길이 된 것입니다.
세째로 교회가 예수님의 뜻에 따라 행하고 있는 고해성사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용서와 화해만이 아니라 인간 사이의 용서와 화해 더 나아가서는 형제애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교회 정신인데, 교회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가 평화롭게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며 살도록 하면서, 모든 이의 형제 공동체를 이루려 합니다. 여기에서 성사를 통한 서로간의 용서와 화해는 하느님의 자비를 인간 사이에 실천하는 행위이며, 이는 구원이라는 하느님의 의지에 부합합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구원의지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사건, 또한 인간 사이의 형제애가 고해성사의 근간이 되는 정신이며 영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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