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들은 레위기를 「제사장들의 지침서」(토랏트 코하님)라고 부른다. 히브리어 「코헨」은 제사장, 혹은 사제라고 하는데 이는 「코한」(서다)이라는 동사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 말은 「섬기는 자격을 가지고 하느님(神) 앞에 서 있는 어떤 이」를 말하는 것이다. 즉 정신차려 깨어있는 자세를 말한다.
구약성서 특히 레위기 8장 이하를 본다면 사제들은 참으로 예사로운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 (아론)의 머리에 사모를 씌우고, 사모 앞쪽에 금으로 만든 성직패를 달아 주었다』라고 말하고 있다(레위 8,9). 사제 아론은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완벽한 예형이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의 사제 축성예식은 출애굽기 28~29장, 39장, 40장 12~15절에 나오는 사제 축성 예규에 따라 하였다. 모세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계약의 중재자로서 예식을 주관한다. 구약에서 사제는 속옷부터 다르다. 속옷은 순수한 백색 세마포이다. 이는 순결을 상징한다. 띠는 봉사를, 겉옷은 푸른색으로 만들어진 긴 옷인데 이는 대사제직이 하늘로부터 유래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야훼께 몸 바친 성직자」(출애 28,36~38)라고 새긴 금띠를 두른 사모를 쓴다.
레위기에서 사제가 해야할 일을 크게 3가지로 소개하고 있는데 첫째는 「하느님과 백성의 중재자로서 자신이 거룩한 사람이 되도록, 즉 자신의 성화에 노력하는 것이고, 둘째는 「희생제사를 주관하는 자로서 봉헌제물의 요소인 화해를 위해 백성들의 잘못과, 죄의 고백을 받아들이고 하느님께 용서를 빌어주는 일」이다. 셋째는 「백성들 가운데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그 말씀을 따르도록 권위를 발휘하는 것」이다.
모세는 기름을 가져다가 성막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성별하였다. 성서에서 기름은 언제나 성령을 의미한다. 성령의 기름 부음은 하느님을 향하여 봉사해야 함을 의미한다. 피를 아론의 오른쪽 귓바퀴와 오른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에 발랐다. 이는 하느님께 성별 되었으므로 이제부터는 하느님을 위한 소리만 들어야 하고(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손은 하느님을 위하여 봉사해야 하며(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것), 발은 하느님을 위하여 그분의 집안에서 걸어 다녀야 한다는 것(하느님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성전을 떠나지 말고 늘 깨어 지키라는 의미이리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이러한 사제직은 이제 막을 내렸다. 새롭고 완전한 사제직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으로 마련되었고 이는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에게 위임되어 역사 안에서 주교와 사제들을 통하여 계승되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교회의 사제직에 대한 이해는 구약의 사제직을 완성시키는데 대사제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에서 알아야 할 것이다. 구약에서는 일종의 세습제도로서 사제의 혈통을 타고나지 않으면 사제가 될 수 없는것이 통념(通念)이었으나 신약에서의 사제직은 우선 사제직에 불리움(聖召)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수락과 일정한 직위수여 의식을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리하여 그리스도의 참 제사인 미사를 드리게 된다.
사제는 경신례를 행할 때 구약시대부터 특별한 예복을 입었다. 이는 사제가 다른 사람과 구별되어야 하고, 또 제사의 거룩함과 위대함을 표현하고 존경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그리스도교의 제의는 사제에 대한 존경의 표시와 초기 교회를 상기시켜주고 교회의 연송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계속 입게 되었다. 또한 제의는 예수그리스도의 멍에를 상징하고 애덕을 표시하기도 한다.
오늘날 사제는 주교들의 안수(按手)로 서품되며 일반 신도들과는 구별되는 직분을 받고 봉사의 사명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교회헌장 3장). 이 사제직의 특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제헌을 재현하는 미사성제의 봉헌으로 나타나며 하느님의 이름으로 축성과 강복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종교에서의 사제직과 다른 것은 사회적 계층으로서의 특권이 아니고 「봉사」의 특권으로서 예수그리스도 처럼 사는 것이다(요한 13장, 마르 9, 33~37). 모든 사람들의 구원을 위하여 「모든 이의 종이 되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특권을 가진다」(1고린 9,19).
예나 지금이나 사제는 하느님께서 특별히 선택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제수품이나 주교 축성식에 참석할 때마다 간곡히 기도드리는 것은 이분들이 그리스도의 영원한 사제로서 변치 않고 사제의 길을 성실히 걸어가시길 바라는 것이다. 어느 한 사제의 부모님은 아들을 신학교에 보내고 나서부터 부부가 같은 방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이 사제직에 오를 수 있도록 희생극기로 부부 동침까지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아들은 이제 사제가 되어 그의 사제의 길을 잘 가고 있고 부모님은 여전히 각방을 쓰면서 사제인 그의 아들이 그의 임무를 성실히 하느님 마음에 들게 수행할 수 있도록 계속 희생극기를 드린다는 실제 이야기를 듣고 사제자신은 물론이려니와 주위의 많은 이들의 기도와 희생을 동반하는 것이 사제의 길임을 일깨워준다.
『이 시대의 사제는 과거의 사제들보다 더 많은 유혹이 기다리고 있고, 더 많은 업무가 기다리고 있고, 과거보다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고』고 최기산 주교님께서도 사목 3월호 권두언에서 피력(披瀝)하고 있다. 혀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제들에게 「무탄트의 기도」처럼 바꿀 수 없는 것은 순순히 받아들이는 평심과,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가 내려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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