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성요셉 축일에 대구 송현동에 위치한 성 요셉성당에서 가진 성당 설립 8주년 축일 기념 「본당 교우와 실직자를 위한 작은 음악회」는 색다른 감동을 느끼게 한 음악회였다. 성요셉성당은 고층아파트 빌딩 숲 속에 있는 좀 작은 규모의 성당으로 어머니 품속처럼 조용하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무척 정감이 가는 곳이었다. 성당 내부는 6각 기둥형의 좀 특이한 공간구조와 함께 부활하는 모습의 예수님상으로 인하여 처음 가보는 성당이지만 너무나 편안하고 정감이 갔으며 연주회에 대한 기대도 이와 함께 커졌다.
이름은 「작은 연주회」였지만 옃가지 점에서 결코 작은 연주회가 아니었다.
먼저 작은 실내지만 빈자리 하나없이 성당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어떤 큰 연주장에서도 맛보기 어려운 따뜻함이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클래식 연주회는 많은 경우 무대와 연주장도 넓고 조명도 좋지만 어딘가 허전하고 관객과 같이 호흡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험을 여러번 한 나에게는 정말 뜻밖이었다.
둘째는 폴리포닉 실내 합주단(13명), 폴리포닉 합창단(22명), 그리고 대구대교구 가톨릭여성합창단(26명) 등 60여명의 연주자 모두가 혼신을 다하여 지휘하는 프로지휘자와 한마음 한뜻이 되어 관객들에게 아낌없이 다가온 자리였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폴리포닉 합주단과 합찯단은 5개월 전에 창단되어 모두가 창단멤버라는 자긍심과 함께 대학 재학생 및 갓 졸업한 젊은 음악전공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날 연주된 롯시니 장엄미사와 실내합주단과 함께한 페르골레지 Stabat Mater(슬픔의 성모)는 소리의 신선미와 젊음, 열정 그리고 큰 단체가 할 수 없는 정밀하고 세련된 연주로 전문 연주단체로서의 앞으로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는 점이다.
셋째는 지휘자 노석동씨의 온몸으로 뿜어내는 열정적인 지휘는 모든 연주자와 관객을 함께 무대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떤 때는 함께 기도하는 모습이 되고 어떤 때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되어 마치 하늘에서 큰 폭포수가 쏟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평상시 지루하고 무겁게만 느껴졌던 성가곡들이 그날처럼 그렇게 다이나믹하고 아름답게 생각되기는 처음이었다. 혼성 4부합창이 갖는 역동성을 그토록 생생하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지휘자의 탁월한 조련술과 음악성에 다시 한번 놀라는 기회였다.
넷째는 테너 박범철씨의 「아베마리아」와 「생명의 양식」독창은 한 사람의 간절한 기도이기도 하고 자비스러운 어루만짐 같기도 한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합창과는 또 다른 최고의 기도를 그 자리에 함께한 우리 모두가 간절하게 바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교회내에 자발적으로 모여 탄생한 이 자그마한 젊은 단체가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성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경제적인 후원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 밤 나는 몇년전 런던의 엘리자베스홀이나 로열 엘버트홀 등의 연주회가 끝난후 감동에 싸여 혼자 밤길을 걷던 추억이 다시 생각나는 그런 밤이 되어 아내와 함께 작은 흥분과 뿌듯한 가슴을 안고 언덕길을 내려올 수 있었다. 음악의 정신은 양식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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