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성
이냐시오 영성 안에서 네 가지 주요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것은 기도와 활동을 하나의 차원으로 통합하려는 삶으로서 「활동 중의 관상」, 「오관(五官)과 영혼의 능력들의 활용을 중요시하는 기도」, 그리스도를 본받는 「순명」의 자세 그리고 「영적 식별」이다.
3-1 활동 중의 관상
이냐시오는 고유한 카리스마로 예수회를 설립하여 기존 수도회들과 다른 생활의 모습과 사도직 수행 자세를 제시하였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예수회 회원들이 세상 속에 적극 투신하여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활동을 수행해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는 인간사가 펼쳐지는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기 보다 오히려 그 안에서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어두움에 맞서 승리해야 하낟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회원들에게 세상 안에서 이웃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했으며 평상복을 입고 눈높이를 맞추어 대중이 쓰는 말로 이야기하고 그 지역의 풍습을 따르도록 했다. 또한 그들이 사회의 지성인들 못지 않게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를 바랬다.
그는 가톨릭 사상의 주류와 대립되는 르네상스와 과학의 새로운 발견 등으로 인해 변화되어 가는 사회 상황에 대응해야 할 교회의 적극적 자세와 역동성 영성이 요청되는데, 기존 수도회는 그러한 준비 태세와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시대의 문제와 요청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그리스도교 생활 양식으로 새로운 영성을 시급히 형성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현존하는 가톨릭 교회에 헌신과 충실을 재다짐 하면서 모든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장려하여 하느님의 인류 구원계획 안에 보다 깊고 넓은 인문주의를 정립하고자 하는 영성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그러한 새 영성의 형성을 염두에 두고 그리스도인 생활의 두 본질적 차원인 기도와 활동을 이상적으로 통합시키고자 했다. 그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견해와 전망 중에 사도직을 수행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대적해야 할 상대는 세상이 아니라 세상에 현존하는 악의 세력과 세속주의라고 보았다. .수도적 봉헌 생활과 세상에 대한 봉사를 분리시키고자 했던 당시의 일반적 사고 및 행동의 문제점을 간파했던 것이다. 그는 기도와 일이 별개의 것이 아니고 하느님에 대한 보다 큰 봉사를 위한 상호 보완적 수단으로 여겼다. 활동을 통해 하느님을 섬기는 자세로 사람들에게 봉사하면서 관상적 기도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뜻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그는 활동 중의 관상가였다.
3-2 오관과 영혼의 능력 중시
이냐시오 영혼의 능력들(지성, 감성, 의지, 기억, 상상령)과 오관을 사용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의 신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러한 기능들을 사용하면서 우리가 현재에서 예수님 시대의 구원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하면서 각 사건들 안에 상상으로 참여하여 보고 듣고 만지며 냄새 맡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영성 수련의 둘째 주부터 기억력과 상상력을 통해 예수님의 공생활의 사건 현장으로 수련자의 영혼을 인도하고 묵상과 관상의 훈련을 하도록 한다. 묵상은 영혼 안에 영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며 관상의 세계를 위한 준비 작업이다. 예수께서 인간으로 강생하셨기에 그분이 신비를 우리가 감각적 세계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그리스도의 시닙에 대한 감성적 경험을 위해 인간이 지닌 기능들을 사용하길 권장했는데 그중 상상력의 가치가 무엇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오관을 성서의 말씀에 집중시킴으로써 기도를 생동감 있게 하길 권했다. 예수께서 일상의 사물들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이해시키고자 하셨으니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깨닫도록 하시기 위해 청중의 시각, 청각, 촉각 등을 통해 깨닫도록 하셨기 때문이다. 이냐시오는 오관을 하느님이 주신 소중한 선물로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며 그것을 통해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하고 단계적으로 그리스도의 신비에 접근할 수 있다고 믿었다. 외적인 감각이 영적 감각으로 전이되면서 그리스도와 친밀성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3-3 순명
이냐시오의 저서엔 「하느님을 섬기다」,「그리스도를 섬기다」라는 어휘들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것은 그의 주요 영성의 집약적 표현으로서 하느님의 뜻, 그리스도의 뜻을 잘 알아듣고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그 뜻을 세상에서 실천한다는 뜻이다. 그리스도께 대한 섬김은 그분의 배필인 교회에 대한 충성으로 이어지며 교회에 대한 충성은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인 교황에 대한 특별한 순명과 예수회 내부 장상에 대한 순명으로 구체화된다.
그의 순명의 기초와 모델은 성서 안에서 찾는다. 순명은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여 구·신약 성서 안에 나타나는 신앙인들의 근본적인 자세이며 그 절정적 모델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기까지 순명하신 그리스도(필립 2,8 참조) 안에서 찾는다.
그는 세 종류의 순명에 대해 가르쳤다. 첫단계 「시행적」순명은 명령받은 것을 행동으로 이행함으로써 준수된다. 둘째 단계 「의지적」순명은 순명하는 이가 명령하는 이와 똑같은 의도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셋째 단계「완전한」순명은 순명하는 이의 이해, 판단을 장상의 이해 및 판단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명에서 중요한 것은 순명하는 이의 편에서 장상의 명령에 대한 올바른 태도이다. 한편 장상은 그 직권을 행사함에 있어 「분별력」또는 「분별하는 사랑」으로 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며 그는 다스리는 가운데 모든 이의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
3-4 영적 식별
이냐시오의 영성은 식별의 영성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영적 식별의 실천적 지혜를 강조한다. 이 영성은 영혼의 내부에 일어나는 마음의 여러 움직임의 방향을 감지하고 이해하면서 하느님께 일으켜 주시는 움직임을 식별하고 거기에 드러난 하느님의 뜻을 기꺼이 실행하고자 하는 열망을 강조한다.
영적 식별은 악의 영향을 떨쳐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빛에 따라 올바른 생활 양식을 찾아내고 지금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을 찾아 그것을 실천에 옮겨가는 과정이다. 영적 식별은 하느님의 뜻을 찾는 노력이기 때문에 그 근본 배경이 기도이다. 따라서 기도와 함께 진행되는 식별이 참다운 것이다.
식별의 첫 기준은 무엇보다 성서이다. 하느님은 성서를 통해 우리에게 그분 자신을 계시하시기 때문이다. 다음엔 교회의 가르침이다. 수도회의 가르침도 식별의 중요 기준이다. 또한 자기의 신분이나 처해 있는 위치, 수행해야 할 책임 등의 관계에서 식별 기준이 형성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영적 지도자의 조언이 영적 식별에 유익하다.
식별의 첫 기준은 무엇보다 성서이다. 하느님은 성서를 통해 우리에게 그분 자신을 계시하시기 때문이다. 다음엔 교회의 가르침이다. 수도회의 가르침도 식별의 중요 기준이다. 또한 자기의 신분이나 처해 있는 위치, 수행해야 할 책임 등의 관계에서 식별 기준이 형성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영적 지도자의 조언이 영적 식별에 유익하다.
이냐시오는 개개인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내적 체험들을 깊이 성찰하는 과정에서 하느님이 그분의 뜻을 드러내 주실 것으로 믿었다. 하느님의 뜻을 찾는 영적 식별이 회심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여긴 것이다. 즉 각 사람은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영적인 사건들을 이해하면서 그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뜻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비추심을 청하는 식별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요구한다. 첫 단계는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방향을 감지하는 과정이다. 성령의 이끄심을 청하며 성부께로부터 파견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삶의 모범에 비추어 보면서 식별하고자 하는 주제를 살피는 것이다. 둘째 단계는 식별하려는 주제에 대한 정보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이다. 셋째 단계에선 결정한 것에 대해 하느님께서 확인해 주시고 인정해 주시도록 청한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는 결정과 함께 구체적인 행동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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