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저무는 성부의 해인 지난해, 나는 어떻게 하면 이 해를 가장 거룩하고 뜻있게 보내고, 대망의 대희년을 맞이할 것인가? 궁리 끝에 그토록 오랜 세월 가보고 싶었던 예수님의 성지 이스라엘을 순례하기로 작정했다.
30여년 방송생활로 시간에 쫓기며 살아오다가 정년을 맞고 집에서 쉬면서 이제 시간도 충분하겠다 그동안 못했던 성서공부도 하면서 소원했던 나의 신앙을 더 다지기 위해선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톨릭신문에서 모집한 순례자 팀에 아내와 함께 동참, 8박9일간의 에집트와 이스라엘, 로마를 잇는 성지순례의 길에 올랐다.
말로만 듣고 책이나 영상으로만 보아왔던 곳곳을 순례하며 참 많은 것을 직접 보고 느끼며 가슴벅찬 시간을 보냈다.
성서에 나오는 고장을 비롯해 예수님의 발자취가 금방이라도 되살아 날 것 같은 곳곳을 둘러보며 주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다시 한번 우리 신앙선조들의 발자취를 찾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고난의 길을 답사하는 중국 성지순례도 다녀왔다.
그러고도 쉼이 차지 않아 성바오로의 딸 시청각 성서통신 신학원에 입학해서 구약입문과정을 수료했고 부산교구의 제5기 신앙학교에도 등록해서 1년동안 부지런히 공부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는 옛 속담처럼 나는 그렇게 지난 한해를 보내고 대망의 새천년을 맞이했으며 대희년의 사순절을 맞이하고 보니 그 감회가 그 어느 해보다 크지 않을 수가 없다 .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릴 때도 눈앞에 예루살렘 그 언덕길이 환히 비쳐 보이고 미사시간 성체를 보실 때도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예루살렘 다락방이 눈앞에 스치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진정 그 현장을 순례하고 온 후로 자꾸만 눈앞에 펼쳐보이는 예수님의 모습과 현실적인 믿음의 감동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나의 나약함인지로 모른다.
또한 나는 사순기기를 살면서 이번만은 정말 가슴깊이 주님의 수고수난을 깊이 묵상하며 극기와 보속의 뜻있는 나날이 되도록 애쓰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함을 숨길 수가 없다.
그리고 그동안 구상조차 하지 못했던 주님을 향한 나의 신앙고백 시도 두어편 쓰기로 정하고 지난해 성지순례에서 느꼈던 메모를 정리해서 성지묵상 시도 써서, 올 가을 쯤엔 신앙시집을 한권 상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쨌든 올해 나의 사순절은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보배로운 때이며 오늘이 있게 해주신 주님의 은총에 한없는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시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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