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역사적인 중동 성지 방문 기간 중인 지난 3월 23일자로 「성 목요일 전세계 사제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서명, 30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다음은 서한 요지이다.
친애하는 전세계의 사제들에게.
오늘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예루살렘의 다락방에서 전세계의 형제 사제들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저는 마치 예수와 사도들이 식탁 주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는듯 합니다. 이 거룩한 방에서 저는 전세계 여러 곳의 형제 사제들을 생각합니다.
사도들이 이 곳에 모여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교회가 생겨났고 오늘날 성부, 성자, 성령의 일치로 함께 모이는 하느님 백성으로 자라났습니다.
2000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사제들이 예수가 했던 말과 행동을 되풀이해왔습니다. 그들은 모범적인 사제, 성인, 순교자로 탄생했습니다. 우리는 특별히 대희년인 올해 생명을 바쳐 피를 흘리기까지 그리스도를 증거한 수많은 사제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순교는 교회의 역사를 통해 함께 해왔으며 특히 지난 세기에 교회에 적대적인 독재 정권들에 의해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이 다락방에서 나는 이 사제들의 용기에 그리스도께 감사를 드립니다.
사제직의 역사, 나아가 하느님 백성의 역사 안에서도 죄의 어둠은 발견됩니다. 종종 사제들의 인간적인 나약함은 그들의 얼굴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게 했습니다. 그것은 이 다락방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다의 배반이 절정을 이룬 것도 여기였고 베드로 사도 역시 세 차례나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리스도는 12사도를 뽑을 때에도 아무런 환상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현존에 대한 성사적 표지를 바로 이 인간적인 나약함 위에 세우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질그릇 같은 우리 속에 이 보화를 담아 주셨습니다. 이것은 그 엄청난 능력이 우리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껠부터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시려는 것입니다』(2 고린 4,7)
바로 이 다락방에서 그리스도는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우리가 받은 이「은총」과 「신비」를 다시금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 한가운데에 그리스도의 사제직이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분명히 하느님의 백성은 세례를 받음으로써 이 사제직에 참여합니다. 그러나 2차 바티칸 공의회는 특별히 모든 세례받은 이들이 참여하는 이 사제직과 깊이 연관돼 있으면서도 본질적으로 다른 요소를 가진 특별한 직무 사제직에 대해 상기시켜 줍니다.
인류와 하느님의 관계는 온전히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인간의 사제직은 그리스도 이후 완전히 변화됐습니다. 이제는 단 하나의 사제직, 그리스도의 사제직만 있습니다. 모든 사제직은 오직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나누어 갖는 것입니다.
최고의 사제적 행위인 희생의 의미도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됐습니다. 골고타에서 그리스도는 자신의 생명을 바쳐 죄로 인해 끊어진 하느님과의 친교를 영원히 회복했습니다.
이 희생의 요소는 성체성사의 깊은 표지입니다.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의 사제직의 핵심적인 차원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바로 우리들 사제직의 핵심입니다.
지난 2000년 동안 성체성사는 수없는 신자들에게 자양분을 주었고 은총의 강의 원천이었습니다. 성인들은 그 안에서 하늘나라를 미리 맛보았습니다.
죽음에서 부활한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기념하는 성체성사의 신비는 교회 생활의 핵심입니다. 우리들에게 그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직무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는 다른 모든 것의 시작이고 끝입니다. 우리의 사제직은 성체성사와 함께 이 다락방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리스도의 현존은 여러 가지로 표현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성체성사 안의 현존은 초월적입니다. 과거를 상징적으로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현존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바로 이것을 끊임없이 보장해주십니다.
세기를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사제들이 성체성사 안에서 최우희 만찬에서 예수가 약속해주신 위로와 위안을 발견해왔습니다. 이것은 자신들의 고독을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이며 고통을 이겨낼 힘, 그리고 모든 절망 앞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자양분이고 자신들의 모든 결정이 그리스도께 충실하도록 해주는 내적 에너지입니다. 우리 사제들이 성체성사를 거행하면서 하느님 백성에게 그리스도를 증거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바로 이 성체성사와의 개인적 관계에 달려 있습니다.
성체성사의 빛 안에서 우리들의 사제직을 다시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가 매일미사에서, 그리고 특히 주일미사에서 이 보화를 다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사도적 직무활동에 의해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이 성체성사 안에서 더욱 커져갈 것입니다.
이것은 대희년인 올해 특별히 중요한 목표입니다. 오는 6월 18일부터 25일까지 로마에서 열리는 세계 성체대회는 대희년의 절정을 이룰 것입니다. 이번 대회는 말씀의 강생의 신비와 그리스도의 참된 현존의 성사인 성체성사와의 깊은 관련성을 강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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