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회 사제 생활을 통한 하느님 찬미의 기도를 소리없이 수백여곡의 성가에 담았던 한 노사제의 마음이 신생 합창단에 의해 하나의 음반으로 모아지게 됐다.
그 주인공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첫 사제로서 한국 교회음악 발전에 큰 역할을 맡았던 수사신부 음악가 이존복 신부(69). 음반 취입을 자청하고 나선 이들은 지난해 9월 창단된 까리따스합창단(단장=유병구, 지도=김홍진 신부)이다.
까리따스합창단은 이달내 개정 출판되는 이존복 신부 성가곡집 「너를 따르리」(분도출판사) 중에서 20여곡을 선정, CD에 담을 예정이며 6월 9일에는 서울 중구복지센터에서 이신부의 성가곡들을 모아 발표무대를 갖는다.
수도회 입회전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던 이존복 신부는 이후 그레고리오 성가를 공부하고 서울 대신학교에서 음악교수를 맡으며 많은 후학들을 양성한 바 있다. 이때 「그레고리오 성가(이론)」를 펴내기도 했다. 수많은 성가들을 작곡했음에도 이신부 이름이 일반 신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것은 「한국인의 심성을 잘 표현한 성가들」이라는 음악적 평가에도 불구, 자신이 작곡한 성가곡들에 이름 밝히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의 곡들 대부분이 작가미상으로 표기된 것도 그같은 배경일 것이라는 추측.
가톨릭성가 19번 「주를 따르리」나 「인생은 바람과 같은 것」등이 아닌 이들을 통해서 알음알음 전해져 온 대표적 곡들이다.
이신부의 성가곡들은 98년 한국 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수도회 창립 50주년을 기해 마련한 발표회와 작곡집 출판 등으로 뒤늦게 대중에게 소개된 바 있는데 이 신부는 이 자리에도 참석을 마다, 겸손한 수도자적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였다.
까리따스합창단의 이번 음반 취입과 발표회 마련은 보다 적극적인 성가곡 발굴 작업이라는 점과 함께 드러나지 않게 사제생활의 편린들을 성가 창작에 담았던 한 사제의 겸손한 음악적 노고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노력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이존복 신부가 위암 투병 중이고 83년 중풍으로 쓰러진 후 신체적 언어적 장애를 겪고 있는 면에서 그 의의가 더욱 뜻깊다는 중론이다.
까리따스합창단 입장에서 이존복 신부의 성가 발표회는 공식적 창단발표회는 아니지만 대중앞에 선보이는 첫 자리.
지도를 맡고 있는 김홍진 신부(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는 『평생을 겸손한 모습으로 음악작업에 몰두하셨던 이신부님의 모습이 아름답다』면서 『그것을 사랑의 마음으로 엮어보자는 것이 음반 취입과 발표회 마련의 동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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