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뜨거운 눈물로 참회하기 위하여, 봄이 오면 다시 지을 죄도 마련하겠습니다』(「어깃장」중에서)
생명이 움트는 봄에 참회의 마음을 다지는 시인, 특유의 고백적인 문체와 종교적 경건함으로 어머니의 품을 보이는 유안진(글라라) 시인이 새 시집 「봄비 한 주머니」(창작과 비평사)를 발간했다.
『시뻘겋게/ 싯누렇게 물든 얼룩으로/ 거무죽죽/ 푸르딩딩 썩어 파인 자국으로/ 땅바닥에 엎드려 죄값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낙엽이 낙엽에게」중)
인간의 죄를 이토록 처절하게 인식하는 시인의 노래는 사순과 부활의 봄이기에 더욱 선연하게 우리의 마음을 적신다. 생명의 기운이 세상에 가득한 이 계절에 참회의 마음을 가다듬는 이는 모두, 죽음을 이기고 생명을 피워낸 사랑의 인물을 기억하고 따르는 이들일 것이기 때문.
시인이 철저한 참회의 고통 후 다다른 곳은 다름 아닌 「자비」와 「연민」의 마음이다. 시인은 떨어지는 꽃잎 하나에서도 자비의 마음을 읽는다. 『종일 헤매어/ 지친 애버러지/ 떨어진 시든 꽃잎 위에 엎드리니/ 내일 떨어질 꽃잎 하나가/ 보다 못해/ 미리 떠어져 이불 덮어주는/ 저녁답』(「자비로움」)
이 시집에서 유안진 시인은 『제가 쓰는 시로 하여 눈물방울만치라도 저 사는 세상이 맑아지고 밝아지고 따스해지겟습니까마는 그래도 바라고 바라면서 쓰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등단 35년을 맞는 그는 『고단한 세월을 순하게 받아들이고 비워내는 마음의 빈 자리를 채우면서 이 한편을 위해 태어났다고 할 만한 시를, 쓰고 나선 죽어도 좋다 싶은 한 편의 시를 써보고 죽어보고 싶다』라고 바란다.
평론가 최원식씨가 『종교적 초월의 유혹을 견디며 여성성과 사회성의 절묘한 접점을 예술성으로 승화시키는 솜씨가 빼어나다』고 평한 점이 이러한 마음에서 우러난 것일 듯 싶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