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70개 인가 아동보호시설의 연평균 수입은 3억9300만원. 이 가운데 민간 기부그이 차지하는 비율은 14.2%에 불과했다. 극빈 계층의 생존 지원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기부문화. 지역사회의 발전과 「삶의 질」향상과는 거리가 먼 우리의 기부문화 현실을 짚어본다.
국내 기부문화 현실
우리나라 한해 기부금 총액은 얼마나 될까? 기부 총액을 2600억원에서부터 많게는 1~2조원까지 보는 이들도 있지만, 사회복지 전문가는 물론 보건복지부, 국세청 관계자들 조차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제각각이다.
전 세계에서 기아아동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제아동기금(UNICEF) 기여도에서 한국은 OECD 국가중 최하위로 드러났다. 98년 한국의 기부금은 374만달러(약40억원), 국민 1인당 8세트꼴로 국민 일인당 기부액에서 국제아동기금이 국가위원회를 설치한 세계 37개 나라 중 꼴찌를 차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부형태가 일회적이고 감정적이라는 진단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연말연시에 소나기처럼 성금을 내고서는 일년내내 잊고 사는 것이다. 각 방송국들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ARS 모금 프로그램들은 우리의 기부문화가 일회적이고 감정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복지재단과 KBS가 지난 97년부터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사랑의 리퀘스트」의 경우 100회를 진행하며 140억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최근 이 모금 방법은 전화를 걸면 자동적으로 1000~2000원이 기부되는 간편성과 불우이웃의 참상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표적인 모금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눈물에 호소하는 성금모금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좀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모금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현실에는 현행 모금에 관한 규제와 기부자의 소득공제 혜택문제도 기부문화 정착의 큰 걸림돌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모금경비를 전체 모금액의 2%로 제한하는데 반해, 국제적으로는 모금액의 20% 수준이 적정 모금경비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 기부금을 내면 소득의 10%까지 손비로 인정, 세금 공제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일본은 개인의 경우 최고 25%까지 공제를 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과 개인이 똑같이 소득의 5%까지만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나마 지정기부금, 법정기부금 등 법으로 지정되지 않은 기부금에 대해서는 혜택도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원윤희 교수는 『선진국에서 소득공제는 분명히 기부행위의 주요한 동기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부유층일수록 조세제도가 기부의 인센티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교회안의 기부문화
교회안에서는 전국 교구 사회복지회, 서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빈민사목위원회, 군종후원회, 서울 사회 교정사목위원회, 꽃동네, 오선절 평화의 마을 등 각 수도회, 단체별로 크고 작은 복지사업을 펼치며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 88년 이웃과의 나눔을 통한 화해와 일치응 이루자는 취지로 설립된 재단법인 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99년 말까지 총 82억8200만원을 국내외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원했다. 세부적으로는 국내 22억1500만원, 국외 14억5900만원, 북한 46억600만원 등을 전달했다.
설립초 이전에 여러나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것에 대한 보은의 뜻에서 주로 다른나라에 도움을 주었던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IMF이후 나라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지원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매년 5월, 9월 두 차례 본당 차원에서 「한줌의 쌀」모으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는 이 단체는 여기서 생기는 재원과 자발적인 후원자들의 정성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 본부 재정담당 북중빈씨는 『가진 것이 많아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가운데서도 함께 사랑을 나누려는 마음이 우리안에 자리잡았으면 한다』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기부문화에 관해 국민들의 인식이 너무나 부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400여명의 후원들이 있는 서울 사회복지회는 현재 소년소녀가장과 결식아동을 위한 후원회만 유지되고 있다. 지난 96년부터 올해 2월까지 소년소녀가장과 결식아동들에게 지원된 성금이 총 5억1743만원으로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 사회복지회 문경수씨는 『사실 이들외에도 정말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나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 여력으로는 도저히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신자들이 스스로 판단해 딱하고 어려운 사람들만 일시적으로 돕기 보다는 꾸준히 나누려는 풍토 조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올바른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과제와 전망
최근 젊은 벤처기업가들이 100여억원을 출연해 불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복지재단을 설립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들은 재벌기업들의 공익재단 이사장의 55%가 재벌 총소의 친·인척이 맡고 있는 기존의 복지재단 운영방식을 거부했다.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벤처기업가들은 2001년 말까지 300억원의 기부금을 조성해 운영할 이사회를 사회운동가와 대학교수 등이 맡도록 했다.
한국기업들은 외형적으로는 엄천난 기부를 하고 있다. 98년 전경련 발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92개 기업이 96년 한햇동안 3068억원, 세전이익의 9.8%를 기부했다. 하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 보면 빈민이나 결손가정 등에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라 의료산업 등에 진출해 영리를 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많은 재벌들이 자선을 방자한 투자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세기의 화두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여전히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차이 메우기라고 주저없이 꼽는다. 베풀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야말로 새로운 세기의 진정한 화두가 되어야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국민들의 의식전환이 절실하다. 연말연시 등에 맞춰 일회성으로 기부하던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나눔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에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 우선 가정에서부터 이를 실천애햐 한다고 지적한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남에게 베푸는 마음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 교육일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와 모금에 관한 규제 또한 시정돼야할 사항이다. 기부금을 모집할 때마다.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모집 비용을 모금액의 2% 이내로 제한한 현행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은 기부금 문화 정착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기부금의 투명성 문제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아 무엇보다 기부자들이 기부한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 수 있는 기금운용의 「투명성」이 기부문화 정착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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