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떨어지겄네/ 똑 떨어지겄네/ 쌀도 돈도 싸그리 다 똑 떨어지겄네/ 똑 떨어지겄네/ 똑 떨어지겄네/ 강추위에 너덜너덜 내 삐리리가 똑 떨어지겄네/ 퇴근길 깜장 비니루 안에 나의 두꺼비 한 마리/ 옆집 새댁 김치찌개 끓이는 냄새에 희한하게 내 마음이 벌렁벌렁/ 늘어가는 참치캔 속 담배꽁초여/ 외로움에 지쳐가는 나~”(똑 떨어지겄네)
통기타 반주에 구수한 멜로디와 단순하고 재미있는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최근 인디음악계에 떠오르는 신예 ‘옥수동 왕순대’ 조승현(도미니코 사비오·31·서울 옥수동본당)씨의 자작곡 ‘똑 떨어지겄네’다.
지난해 11월 첫 미니앨범(EP)을 발매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16일 사당동에서 만나봤다. 그에 대한 가장 큰 궁금증은 ‘옥수동 왕순대’라는 이름의 뜻이었다.
“어렸을 적 별명이에요. 그때 제가 친구들을 순대집에 많이 데리고 갔었죠. 그러다가 별명이 ‘순대’가 된 거예요.”
이번 음반은 음악 프로듀서인 한 친구의 권유로 만들게 됐다. 프로듀서 친구 역시 옥수동에서 순대집을 함께 다니며, 조씨를 ‘순대’라고 부르던 친구다.
여주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조씨는 이번 음반에 수록된 8곡의 작사·곡은 물론 기타와 드럼 연주, 코러스까지 직접 담당했다. 장난같이 시작한 일이라 지금과 같은 관심은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옥수동 왕순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방송국도 가보고, 행사라는 것도 해봤어요. 현장에서 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분들이 조금 계시는데, 그런 거 보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고 또 감동적이기까지 했어요.”
실험적인 음악을 한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는 현재 천주교 비영리단체 ‘평화의 모후 선교단’에서 음악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발현을 통해 평화의 모후인 성모 마리아가 전하는 메시지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음악과 함께하는 성시간과 매월 둘째, 넷째주 목요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봉헌되는 선교단 월례미사에서는 조씨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성지의 아름다운 음악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선교단에서 만든 자작곡과 생활성가 등을 같이 부르면서 색다른 성시간을 구성하니까 신자분들이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선교단 음악으로 지난 2005년에 첫 앨범을 냈는데 올 상반기에 2집이 나올 것 같아요.”
교회음악과 인디음악이라는 전혀 다른 장르를 넘나들면서 활동하는 어려움이 있을 테지만, 그는 “어렵다고 생각했으면 시작도 안 했다”며 오히려 “선교단 활동으로 조용하고 정적인 음악을 했기 때문에 왕순대의 신명나는 곡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서른한 살을 맞은 그에게 꿈을 물었다. 그의 답변에는 거창한 꿈은 없었다. 그저 한치 앞도 모르는 지라 계속 공연하고, 음반을 내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더 이상 취미활동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데뷔한 가수로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많은 이들과 즐거움을 나누면 좋겠어요. 선교단에서는 영성적 음악을, 왕순대로는 건강한 웃음을 만들어서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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