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중이라 복잡한 길을 지나니 꽃을 든 어른들이 들어가는 길목에서 소화데레사 성녀상이 반긴다. 18일, 이날은 소화초등학교(경기도 수원시 원천동, 교장 김미리 수녀)의 제63회 졸업식날이다. 소화초등학교는 1934년 소화강습회를 모태로 한 학교. 버릇고치기, 명상의 시간, 종교 교육 등 가톨릭정신을 바탕으로 인성교육에 힘쓰는 학교다.
졸업식이 거행되는 강당,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입장한 후 졸업생과 부모가 손을 잡고 담임선생님을 따라서 입장했다. 성가 부르기로 시작된 졸업식은 국민의례와 졸업생의 기도로 이어졌다.
교장 김미리 수녀는 회고사에서 “하느님은 항상 너를 보고 계시며 사랑해주신다. 예의바른 마음으로 남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라. 이 두 가지를 항상 기억했으면 한다”고 정든 교정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당부한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도 축사에서 “6년 전 몸도 마음도 어렸던 학생들이 이제 의젓하고 든든하게 자라나 기쁘다”며 “설립이념에 따라 학생들이 지적으로 인간적으로 성숙해 질 수 있도록 보탬을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소화초등학교의 졸업식은 여느 졸업식과는 다르다. 졸업생 107명 모두가 부모님을 동반해 차례로 단상에 올랐고, 이 주교가 학부모에게 공로상을, 교장 수녀가 학생에게 졸업장을 수여한 것이다.
모든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시상식이 끝나고 빛의 의식이 시작됐다. ‘너희는 세상에 나가 또 하나의 빛을 전하라.’ 교장 수녀가 부활초에 불을 붙여 교사들에게 전하고 이 불은 다시 부모들에게 전달됐다.
졸업생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꺼내 부모에게 올리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학생들이 여기저기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이 주교와 교장 수녀, 교사들은 퇴장하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손을 잡아주며 격려했다.
공로상을 받은 학부모 김명희(아녜스)씨는 “엄마처럼 따스하게 감싸주는 학교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이 학교에 보내게 됐다”며 의젓해진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졸업식, 하지만 ‘진정한 졸업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화초등학교의 졸업식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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