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조숙의(베티?55) 씨가 최근 「현대조각에 있어서 성(Holiness)과 실존(Existence)의 문제」를 주제로 홍익대 대학원 미술학과 조각전공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했다. ‘가톨릭시즘의 고통과 초월의 연관성을 중심으로’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조씨는 ‘고통’과 ‘인간의 실존’을 중심으로 논문을 풀어간다.
조씨는 “20세기 후반의 포스트모더니즘 조각은 이른바 비속화(abjection)된 신체와 탈승화(desublimation)의 형식으로 응전했다”며 “그러나 비천한 몸과 승화되지 않은 고통의 과도한 표현은 여전히 편향적인 질주를 불러오며 예술의 존재론적 층위에서도 의미 있는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인 성상조각을 떠나 구체적인 경험에 입각해 실존의 거울을 통해서 이해되는 성상조각의 장을 열어, 자폐되기 쉬운 탈근대 시기 조각의 한계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반응한 결과물”이라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논문은 ‘고통(실존)을 통한 초월의 가능성 탐구’가 연구의 핵심이라고 밝힌다. 연구자는 이를 위해 20세기 전반의 형식주의 모더니즘에 있어 배제적인 순수 형식이 고통과 초월의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보고, 20세기 후반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비천한 사체와 고통의 인식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 조망했다.
특히 인간존재의 실존적 부조리성을 비(非)배타적인 순수형식으로 구현한 모더니즘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성스러움의 깊이를 소박한 형식으로 담아낸 조각가 자코모 만추를 표본작가로 정하고, ‘실존적 고통’과 ‘죽음의 고통’에 대한 철학적, 종교적 성찰을 바탕으로 가톨릭 전례의 핵심으로서의 고통에 주시하면서 초월세계의 발원적 상상력을 창출하는 시각체계를 설정, 탐구했다.
조 씨는 두 표본작가를 “‘인간의 실존’ 문제와 ‘고통’의 탐구에 중요한 선례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실존적 고통’과 ‘죽음의 고통’에 대한 이해를 위해 가톨릭 전례의 핵심으로서의 고통을 주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문제설정과 탐구형식을 제시한 3장에서는 인간의 고통과 비극성에 대한 초월적 반적에 주목, 고통을 통한 성(Holiness)의 표상가능성, 성과 실존의 양립 가능성을 고찰했다. 또한 연구 작품의 핵심탐구형식인 ‘정적의 울림’을 제시했다. 이런 문제설정에 따라 연구 작품은 가톨릭 전례와 일상의 양축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각 ‘정적의 울림’과 축약형식‘이란 탐구방식을 취한다고 밝혔다.
가톨릭 전례의 상징적 공간 개념은 실존의 구체적 상황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는데 이는 ‘고통’이라는 실존적인 화두가 ‘그리스도의 몸’에서 발견되고 체험된다고 연구자는 설명한다. 구원 가능성으로서의 ‘가시가 있는 제대’ 초월 지향성으로서의 ‘빨간 방울’ 내적 성찰로서의 ‘Don’t disturb’는 가톨릭 전례의 본질을 조형적으로 구현한 것이며, 상호 연관된 하나의 설치작품이다. 또한 일상의 개별 작품은 일상의 영역에서 체험되는 고통과 초월의 상관관계를 울림의 어법으로 구현하기 위해 인체의 형상성에 주목했다. ‘사랑은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는다’는 내면과 형상이 압축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생기를 형상화하고 있다.
연구자는 “연구 작품에서 고통(실존)과 성(聖)의 문제를 분리시키지 않고 하나의 존재론적 과제로 다루려는 조형적 시도가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또한 “성과 실존은 인간의 자아가 지속적으로 부활하는 이 지점에서 만나며, ‘순수형식의 창조’는 이러한 생성과 탄생의 조형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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