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투병하며 「이별연습」을 통해 애잔한 감동을 보여준 연극인 이주실(마리아·56)씨.
죽음을 딛고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이주실씨가 요사이 무대에 뜸하다. 연극계를 뒤로하고 전라남도 영광 「성지고등학교」란 새로운 무대에서 또다른 삶을 시작하고 있는 이씨는 만나보았다.
병원에서 막 치료를 받고 돌아온 이주실씨는 피곤한 안색이었지만 잠시 쉰 후 곧바로 강당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발표회를 앞두고 아이들의 연극 연습이 한창이었다.
『아주 좋아졌어』『그 부분은 다시 해보자』
이주실씨는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기울이고 지적해주며 직접 동작도 해보인다. 청소년 문제를 다룬 이 연극은 이주실씨가 직접 쓴 작품.
저마다 맡은 역할에 한껏 몰입해 연습하고 있는 아이들. 어쩌면 그것은 상처받은 자신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성지고등학교는 학교생활에 적응 못한 아이들. 흔히 말하는 문제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다.
『연극은 아이들에게 일종의 치료가 될 수 있지요. 누구라도 연극을 하고 싶다면 대사 없이도 무대에 세우고 싶어요』
새로운 배역을 맡은 것 같다는 이주실씨는 힘닿는 한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며 그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하지만 건강이 나아져 이러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죽는 날만 기다리는 것보다 주님께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주실 때 단지 열심히 살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다.
화려한 무대를 버리고 이곳으로 올 때 갈등도 많닸다. 여유롭고 안일한 생활 대신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준 주님을 따르는 길이 어떤 것인가를 알기에…. 인간적인 아쉬움을 접고 시작한 영광에서의 생활이 한편으론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있기에 위안이 된다.
『암 선고라는 특별한 배역을 맡은 것일뿐』이라고 말하는 이주실씨. 93년 유방암 수술을 받고 죽음에 지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달려온 그는 지금에야 여유를 갖게 됐다.
『이제는 모든 것을 주님 뜻에 맡기고, 불러주시는 그날까지 준비하며 살고 싶어요』
이주실씨는 매일 매일, 순간 순간이 자신이 새롭게 부활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거듭 새로남. 이씨는 오늘도 떠오르는 해처럼 희망찬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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